계속되는 카불 공항의 비극…"1주일간 20명 숨져"(종합2보)
탈레반, 경고 사격 등으로 통제 "미국이 공항 혼돈 책임져야"
미 "피란민 수용지로 한국 등 검토"
(뉴델리·서울=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김지연 기자 =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카불 공항의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사실상 유일한 외부 탈출구인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으로 수만 명의 탈출 인파가 몰리면서 인명 피해가 이어지는 것이다.
AP통신 등 외신은 22일 영국 국방장관의 성명을 인용, 카불 국제공항 인근의 혼잡으로 인해 전날 아프간 민간인 7명이 더 숨졌다고 보도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지난 7일 동안 카불 공항 안팎에서 2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말했다.
영국 스카이뉴스도 전날 공항 외곽에서 무더위 속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탈수와 탈진, 공포를 겪고 있다면서 이곳에서 최소 3명의 시신이 목격됐다고 전했다.
방송은 순식간에 몰려든 사람들이 서로 짓눌리고 있으며 대피 작전에 투입된 서방국가 군인들이 탈수로 쓰러진 사람들을 돌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탈레반은 공항으로 밀려드는 인파를 해산하기 위해 경고사격도 남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공항으로 가는 길을 막고 검문에 나섰으며 서류를 갖추지 않은 아프간인들의 진입을 막고 있다.
서류를 갖춘 사람들도 발이 묶인 것은 마찬가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다섯 가족이 함께 미국 비자를 발급받고 카불 공항의 미군 기지로 가라는 미 영사관의 안내를 받았으나 나흘째 공항 입구에서 대기 중인 한 여성을 소개했다.
진입이 어려워진 일부 엄마들은 아기라도 살리기 위해 철조망 너머 경비를 서는 외국군에게 아기를 건네는 비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탈레반은 공항 혼란의 책임이 미국에 있다고 주장했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탈레반 간부인 아미르 칸 무타키는 "능력과 시설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공항의 질서를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며 "전국이 평화롭고 조용하지만 오직 카불 공항에만 혼돈이 있다"고 비난했다.
와중에 미 군용기로 탈출하던 임신부가 착륙 직후 아기를 무사히 출산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CNN 방송에 따르면 미 공군 수송기 C-17를 타고 탈출하던 이 여성은 전날 독일 람슈타인 미 공군 기지에 착륙 직후 여아를 출산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미국과 독일 당국은 아프간 내 자국민에게 잠재적 보안상 위협이 있다며 카불 공항으로의 이동을 피하라고 당부했다.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미군 병력의 대피 지원을 카불 공항 바깥 지역으로 확대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해외 미군 기지에 아프간 피란민을 수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관리들은 아프간에서 대규모 탈출 위기가 벌어지고, 카타르와 바레인, 독일에 있는 기지가 아프간에서 대피한 사람들로 과밀 상태가 되면서 이를 완화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이같이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가 고려 중인 장소는 미국 내에서는 버지니아주 포트 피켓, 인디애나주 캠프 애터베리, 캘리포니아주 캠프 헌터 리겟이며, 이밖에 한국, 일본, 독일, 코소보, 바레인, 이탈리아 내 미군 기지도 검토되고 있다고 미 관리들은 말했다.
한편, 탈레반은 새 정부 구성을 앞두고 국가 운영 정상화를 위해 여러 방안을 추진하고 나섰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탈레반 당국자를 인용해 탈레반 사령관들이 앞으로 며칠 동안 전국 34개 주 가운데 20개 주 이상의 전 주지사와 관료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신은 "이 만남의 목적은 (아프간 내) 안전을 보장하고 협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통신에 따르면 탈레반은 대학교 등 아프간 전역의 학교도 다시 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탈레반은 지난 5월 미군의 본격적인 철군을 계기로 공세를 강화했으면 지난 15일 카불까지 점령하면서 정부 측의 항복을 받아냈다.
탈레반은 이후 인권 존중, 포용적 정부 구성 등 여러 유화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위대를 향한 발포 등 곳곳에서는 여전히 잔학한 행위와 혼란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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