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1년새 1%p나 올랐는데 앞으로 더 오른다
변동금리 비중 82%로 7년반來 최대…영끌·빚투 가계 이자부담 '눈덩이'
(서울=연합뉴스) 은행팀 =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이미 지난 1년 새 1%포인트(p) 가까이 뛴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은행에 대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조이기' 압력이 갈수록 커지면 은행의 대출금리 상승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이례적으로 변동금리 비중이 80%를 넘어선 상황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생활고, 부동산·주식·가상화폐 투자를 위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빚투'(대출로 투자) 등으로 대출을 받은 가계의 이자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뜻이다.
◇ 은행 신용대출 최저금리 1.99→2.96%…최고금리 4% 넘기도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19일 기준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2.96∼4.01% 수준이다.
이는 '1%대' 신용대출 금리가 등장했던 지난해 7월 말의 1.99∼3.51%와 비교해 하단이 0.97%포인트나 높아진 것이다.
작년 7월은 같은 해 3∼5월 한은이 두 달 만에 기준금리를 0.75%포인트(1.25→0.50%)나 크게 낮춘 뒤 은행 대출 금리에도 그 영향이 본격적으로 반영되던 때였다.
신용대출뿐 아니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도 꾸준히 높아졌다.
4대 은행의 19일 현재 코픽스 연동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연 2.62∼4.13%다. 역시 작년 7월 말(2.25∼3.96%)보다 최저 금리가 0.37%포인트 올랐다.
특히 주택담보대출 금리 가운데 코픽스가 아닌 은행채 5년물 금리를 따르는 이른바 '혼합형(고정금리)'의 경우 금리 상승 폭이 더 컸다.
혼합형 금리는 지난해 7월 말 2.17∼4.03%에서 현재 2.92∼4.42%로 상단과 하단이 각 0.75%포인트, 0.39%포인트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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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중은행 대출 금리 추이 │
│※ 4대 은행 자료 취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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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년 7월말 │2021년 6월말│2021년 8월19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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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금리(1등급·1│연 1.99∼3.51%│연 2.80∼3.93% │연 2.96∼4.01% │
│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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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금리(코픽│연 2.25∼3.96%│연 2.39∼4.05% │연 2.62∼4.13% │
│스 변동금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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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금리(혼합│연 2.17∼4.03%│연 2.94∼4.58% │연 2.92∼4.42% │
│형.은행채 5년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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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권, 코픽스 등 지표금리보다 더 올려…가계대출 규제 압박 때문
은행권 대출 금리가 오른 것은 경기 회복에 따른 시장 금리(지표 금리) 상승, 가계대출 급증을 막기 위한 은행들의 자체적 금리 상향조정 등 때문이다.
신용대출 금리는 주로 은행채 6개월·1년물 등 금융채 단기물 금리를 지표(기준)으로 삼는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신용대출 지표금리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작년 7월 말 0.761%에서 이달 20일 현재 1.205%포인트로 1년 새 0.444% 포인트 올랐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경우 주로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를 따른다. 코픽스는 쉽게 말해 국내 8개 은행이 대출에 쓰일 자금을 조달하는데 얼마나 많은 비용(금리)을 들였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은행이 실제 취급한 예·적금, 은행채 등 수신상품의 금리 변동이 반영된다.
은행권이 지난 18일부터 적용한 7월 기준 코픽스는 0.95%(신규취급액 기준)로, 작년 7월(0.81%)과 비교하면 1년 새 0.14%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혼합형 금리는 은행채 5년물 금리를 지표로 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작년 7월 말 1.277%에서 20일 현재 1.840%로 0.563%포인트나 뛰었다.
곧 한은의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이런 지표금리와 그 지표금리를 따르는 은행 대출금리의 상승 속도는 모두 더 빨라질 수밖에 없다.
가계대출 급증을 억제하기 위한 정책적 대출 규제도 은행 대출 금리를 계속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대출 금리는 기준(지표)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해지는데, 거래실적 등을 반영한 우대금리를 많이 받을수록 가산금리는 낮아진다.
그러나 작년 10월 이후 금융당국이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은행들은 그동안 신용대출 등의 우대금리 폭을 0.5%포인트 이상 크게 깎았다.
더구나 고승범 금융위원장 내정자가 최근 "기존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 대책을 강력히 추진하면서 대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면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활용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은행권의 가산금리 인상 경향은 더 뚜렷해질 전망이다.
예를 늘어 NH농협은행은 17일부터 거래실적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에 적용하는 우대금리를 기존 0.8%포인트에서 0.5%포인트로 0.3%포인트 낮췄다. 결과적으로 금리를 0.3%포인트 올린 셈이다.
KB국민은행도 지난 7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의 가산금리를 0.11%포인트 높였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 총량 관리 차원의 조치"라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시중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단순히 코픽스 상승 폭 정도만 오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 이상 뛰고 있다는 얘기다.
◇ 가계대출 82% 변동금리…금리 1%p 오르면 가계 이자 12조↑ 자영업자 5.2조↑
금리는 갈수록 빠르게 오르는데, 금리 인상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변동금리 대출은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다.
한은 통계에 따르면 6월 예금은행의 신규 가계대출 가운데 고정금리 대출은 18.5%로, 5월(22.0%)보다 비중이 3.5%포인트 더 줄었다. 바꿔말해 새 가계대출의 81.5%가 변동금리를 따른다는 것으로, 이런 변동금리 비중은 2014년 1월(85.5%) 이후 7년 5개월 만에 최대 기록이다.
지난해와 2019년 신규 가계대출 기준 변동금리 평균 비중(63.8%, 53.0%)과 비교하면, 불과 1∼2년 사이 20∼30% 포인트(p)나 뛴 셈이다.
신규 대출이 아닌 가계대출 전체 잔액 기준으로도 6월 고정금리 대출 비율(27.3%)은 2014년 9월(27.2%) 이후 6년 9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현재 남아있는 가계대출 가운데 72.7%가 변동금리 대출이고, 이 비율도 6년 9개월 만에 최고라는 뜻이다.
한은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개인 대출(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 등)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가계대출 이자는 총 11조8천억원 증가한다.
소득분위별 이자 증액 규모는 ▲ 1분위 5천억원 ▲ 2분위 1조1천억원 ▲ 3분위 2조원 ▲ 4분위 3조원 ▲ 5분위 5조2천억원으로, 5분위 고소득층을 빼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에서만 6조6천억원의 이자 부담이 늘어나는 셈이다.
아울러 대출금리가 1%포인트 뛰면,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 자영업자의 이자 부담도 5조2천억원이나 커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 추산은 작년 4분기 말 기준 '가계신용' 통계상 가계대출 잔액(1천630조2천억원), 자영업자 대출 규모(777조원), 72%로 추정된 변동금리 비중에 따른 결과로, 올해 1분기말 가계대출 잔액(1천666조원)과 최신 변동금리 비중 등을 반영하면 이자 부담 규모는 더 커진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용대출로 생활자금이나 사업체 운영자금을 쓰는 자영업자들, 여러 곳에서 대출한 다중채무자들, 이런 대출자들에게는 금리 인상이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지난달 15일 금통위 회의 직후 "기준금리 인상으로 자영업자 등 이자 부담이 커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금리 정상화는 경기 회복을 전제로 한 것인데, 실물경제 회복 과정에서 매출과 고용이 개선되면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상환 부담도 어느 정도 상쇄될 것"이라며 "하지만 금리 인상되면 취약부문 어려움 지속되는 것은 사실인 만큼 정책 지원은 계속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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