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 신고 마감까지 한달…코인거래소 '실명계좌 확보' 안갯속

입력 2021-08-22 06:21
사업자 신고 마감까지 한달…코인거래소 '실명계좌 확보' 안갯속

대형 거래소도 신고에 필요한 실명계좌 확보 난항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바뀐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거래소들이 지켜야 할 가상자산사업자 신고 마감 기한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업비트가 업계 최초로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다른 거래소들은 은행으로부터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실명계좌)을 발급받는 데 난항을 겪으면서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검증을 통해 실명계좌를 발급해주는 은행 입장에서는 위험 요소를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거래소들은 더욱 애가 타는 상황이다.



◇ 사업자 신고 내달 24일 마감…"실명계좌 확보 답보 상태"

22일 금융당국과 거래소 업계 등에 따르면 원화 입출금을 지원하는 코인 거래소는 9월 24일까지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과 은행 등의 실명 확인 입출금 계정 발급증명서 등 요건을 갖춰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를 해야 한다.

금융위에 따르면 금융기관 계좌로 거래대금을 입출금하는 거래소는 모두 79곳이다.

이 가운데 ISMS 인증을 획득한 거래소는 19곳, 은행권 실명계좌를 확보한 거래소는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곳뿐이다.

국내 최대 거래소인 업비트는 케이뱅크와의 실명계좌를 유지해 20일 업계 최초로 사업자 신고서를 제출했다.

금융위는 당국의 컨설팅에 따라 신고요건 및 의무이행체계를 갖춰 신고서를 제출하면 9월 24일 이전에라도 신고 수리 여부를 통지할 계획이다.

업비트가 먼저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다른 거래소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당장 은행 실명계좌 계약 연장이 불투명해 언제쯤 신고가 가능할지 미지수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실명계좌 관련 상황이 답보 상태"라며 "실명계좌 확보를 위한 은행의 거래소 실사가 끝난 지 한 달 정도 지났는데, 아직 한없이 기다리고만 있다"고 말했다.

다른 거래소 관계자도 "아직 은행 측에서 고객 민원을 얼마 만에 처리했는지 등 자료 요구를 하고 있어 응대하고 있다"며 "하지만 언제쯤 결론이 날지는 언질이 없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거래소들을 회원사로 둔 한국블록체인협회도 나섰다.

한국블록체인협회는 20일 성명을 내고 "대부분 거래소가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을 받지 못해 존폐 위기에 있다"며 "정부, 금융당국과 은행, 국회는 각자 책임을 다해달라"고 촉구했다.

협회 관계자는 "금융위에서 이런 걸 준비하고 은행에서 실사를 받으라고 해서 준비하는데 은행이 (계좌 발급에) 비협조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시험 범위를 알려줘서 공부했는데, 시험지를 주지 않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 법 시행 기간 연기 논의도 나와…"늦춘들 달라지나"

은행들도 할 말은 있다. 그간 법이나 규정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제대로 된 시스템 없이 문을 연 거래소들이 워낙 많기 때문에 최대한 보수적으로 심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실명계좌를 발급해줬다가 거래소에서 사고가 나면 은행이 그 책임을 떠안아야 한다"며 "은행이 어느 정도 공적인 성격을 갖춘 곳이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쉽게 계좌를 내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신고 마감 기한을 지킬 거래소들이 몇 안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신고 마감 기한을 뒤로 미뤄야 한다는 논의도 나온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 등은 사업자의 신고 기간을 연장하고, 신고 요건 중 실명계좌를 제외하는 내용 등을 담은 특금법 일부 개정안을 최근 발의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ISMS 같은 다른 요건이 남아 있어 사업자 신고가 녹록지만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잠깐 기한을 미뤄준다고 해서 얼마나 많은 거래소가 신고 요건을 충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또 '그동안 뭐 하고 있다가 이제야 요건을 맞추려느냐'는 비판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사업자 신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아도 원화 거래만 하지 않으면 운영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코인 마켓(원화가 아닌 코인으로 거래하는 시장)을 중심으로 거래소를 살려두고 후일을 도모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거래소 디비엑스(DBX)는 "DBX가 사업자 인가를 받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원화 입출금을 하지 않더라도 테더(USDT)를 통해 거래소 간 이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최근 거래소 내 테더 마켓의 문을 열었다. 테더 마켓에서는 원화가 아닌 테더로 다른 가상자산을 사고판다.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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