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20년 라이벌' 머스크·베이조스의 달 착륙 전쟁

입력 2021-08-22 07:07
[특파원 시선] '20년 라이벌' 머스크·베이조스의 달 착륙 전쟁

머스크, 달 착륙선 사업 '판정승'…베이조스 '뒤집기 소송' 시도

우주 탐사 왕좌 놓고 갈등 거듭…두 달 보름 뒤 법원 결정 주목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정윤섭 특파원 =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와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벌이는 달 착륙 전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달 착륙선 사업자로 머스크가 설립한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를 선정하자 경쟁 업체인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이 강력히 반발하며 소송전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NASA는 인류의 달 복귀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복수의 기업을 택해 달 착륙선 개발을 맡긴다는 구상이었으나 예산 부족 문제로 지난 4월 스페이스X를 단일 사업자로 선정했다.

이에 블루오리진은 50쪽 분량의 항의서를 미국 회계감사원(GAO)에 제출하며 반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GAO는 7월 말 NASA 결정에 문제가 없다며 블루오리진의 항의를 기각했고 스페이스X 판정승을 선언했다.

그러자 블루오리진은 마지막 카드로 소송전을 택했다. 미국 정부가 스페이스X에 부당한 특혜를 줬다면서 지난 13일 NASA를 제소한 것이다.



머스크와 베이조스가 자존심을 걸고 펼치는 달 착륙 전쟁은 이미 20여 년 전에 태동했다.

머스크는 전기차 업체 테슬라로, 베이조스는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으로 큰돈을 벌었지만, 두 사람의 최종 목표는 같았다. 우주 탐사 시대의 선구자가 되겠다는 것이 이들의 숙원이다.

베이조스는 이 꿈을 실현하기 위해 2000년 블루오리진을 세웠고 머스크는 2002년 스페이스X를 창업했다.

같은 꿈을 꾸는 만큼 동지애도 생길 법하지만, 두 사람은 각자의 우주 탐사 기업을 설립한 뒤 20년 넘게 반목과 갈등을 거듭했다.

사업 초기 재사용 로켓 개발을 목표로 내건 두 사람은 2004년 저녁 자리를 함께했다. 하지만, 유쾌하지 못한 만남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은 완전히 공개되지 않았으나 머스크는 당시 만남에 대해 "좋은 조언을 하려고 최선을 다했으나 베이조스는 대체로 무시했다"고 털어놨다.

이후 각자 로켓 개발을 진전시켜온 두 사람은 2014년 스페이스X가 NASA의 로켓 발사대를 임대해 독점 사용하는 문제를 놓고 정면충돌했다.



베이조스는 정부에 항의서를 제출하며 NASA 발사대를 개방형 우주 항구로 만들자고 제안했고 머스크는 "준궤도 우주선도 만들지 못한" 블루오리진이 "사기꾼 방해 작전"을 벌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두 사람은 우주 탐사 기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인재 영입 문제로도 신경전을 펼쳤다.

머스크는 블루오리진이 2배의 연봉을 제시하며 스페이스X 기술진을 빼가려 한다고 여러 차례 불만을 털어놨다.

이즈음 스페이스X가 블루오리진의 인재 탈취를 막기 위해 내부 이메일에 '블루'와 '오리진'이라는 단어를 걸러내는 시스템까지 도입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머스크는 2016년 BBC와 인터뷰에선 베이조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그가 누구냐"고 반문하며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베이조스는 달을 넘어 인류의 화성 이주를 꿈꾸는 머스크를 조롱했다.

그는 2019년 블루오리진의 사업 목표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먼저 에베레스트산 정상에서 1년 동안 살아보라. 화성에 비하면 그곳은 낙원"이라며 화성 이주보다 달 착륙 사업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NASA가 지난 4월 스페이스X를 달 착륙선 사업자로 선정하자 베이조스는 격분했다.

블루오리진은 "NASA가 마지막 순간에 골대를 옮겼다"고 비난했고 스페이스X의 달 착륙선에 대해서는 "어마어마하게 복잡하고 위험도가 높다"고 저격했다.



베이조스의 항의에 머스크는 지난 11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로비와 변호사를 통해 사람들을 우주 궤도에 올릴 수 있다면 베이조스는 아마 명왕성에 갔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블루오리진이 기술 개발에 신경 쓰지 않고 정부 탓만 한다는 조롱이었다.

하지만 최근 블루오리진의 제소에 NASA가 반응하며 상황은 다소 미묘해졌다.

NASA가 스페이스X와 맺은 달 착륙선 개발 사업을 오는 11월 1일까지 잠정 중단하기로 한 것이다.

NASA는 19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달 착륙선 사업 진행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대신 모든 당사자가 11월 1일까지 신속하게 소송 일정을 마무리하기로 합의했다"며 "시의적절하게 이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스페이스X는 "법원이 이번 사건을 둘러싼 사실과 상황을 완전하고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다"면서 달 착륙선 사업자 지위 유지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스페이스X의 호언장담처럼 머스크가 다시 크게 웃을지, 베이조스가 막판 뒤집기에 성공해 미소를 지을지는 앞으로 약 두 달 보름 뒤 법원 판단에 달렸다.

jamin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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