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늑대전사' 투입에…미, 정통파 외교관을 주중대사로 낙점

입력 2021-08-21 08:41
중국 '늑대전사' 투입에…미, 정통파 외교관을 주중대사로 낙점

10년 만의 비정치인 기용…외신 "중국과 갈등 증폭 대신 가교·소통 역할 방점"

일본대사도 낙점하며 인도태평양 진용 구축 박차…주한대사는 '설'만 무성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지난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7개월간 장고 끝에 20일(현지시간) 중국 주재 미국 대사에 니컬러스 번스 전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명했다.

중국이 '늑대전사' 외교의 선구자로 통하는 강경파 친강(秦剛)을 주미 중국대사로 부임시킨 데 대해 미국은 정통파 외교관 출신을 최전방에 배치하는 수를 둔 것이다.

번스는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5년간 근무하고 그리스와 북대서양조약기구 대사를 지낸 뒤 조지 W. 부시 행정부 때인 2005년부터 3년간 국무부 정무차관을 거친 외교 관료다.

티베트와 신장의 인권 문제 등 서방의 비판을 강도 높게 받아치며 '매파' 본색을 보여준 친강이 지난달 주미대사로 부임해 미국과 일전 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드러냈다는 해석을 낳은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번스는 정무차관 시절 아프가니스탄, 이란과 북한에 대한 유엔 제재 등을 놓고 중국 정부와 일한 경험이 있지만, 미국 내 중국 전문가로 통하지는 않는다.

외신들은 대체로 미국이 지난 10년간 전직 정치인을 주중 대사 자리에 앉힌 것과 비교할 때 정통 외교관인 번스의 지명은 주중 대사의 역할 변화를 의미한다는 평가를 내렸다.

미중 간 충돌이 점점 격해지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갈등을 증폭시킬 최전방 공격수보다는 양국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며 소통을 강화할 수 있는 인물을 택했다는 취지다.

에번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미중 간 정기적인 고위급 대화가 위축된 시점에 중국과 소통하려는 새로운 모델을 추구한다면서 쇼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담은 것이라고 해석했다.

전직 관료인 제임스 그린은 주중 대사 자리가 중국 관리들을 향한 메신저는 물론 이들이 미국의 반응을 떠보는 역할로 되돌아갈 수 있다고 봤다.

CNN 방송은 바이든 행정부가 풍부한 외교 경험을 가진 이를 대사로 채우려 한다는 기류가 있었다고 전했고,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이 대중 강경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기후변화 등 협력 가능한 분야를 찾는 와중에 번스가 중요한 가교 역할을 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번스가 중국보다는 유럽 전문가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에 대응하기 위해 유럽과 다른 동맹국과 합의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번스의 인맥이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이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람 이매뉴얼 전 시카고 시장을 일본 대사로 발탁했다.

미국이 최대 경쟁자인 중국에 주재할 대사는 물론 중국 대응의 전초기지라고 할 수 있는 일본 대사까지 지명하며 인도·태평양 전략을 펼칠 현지 진용을 가다듬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아직 한국 주재 미 대사는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다. 주한 미 대사는 지난 1월 해리 해리스가 바이든 정부 출범에 따라 사임한 이후 공석으로 있다.

주중, 주일 대사까지 지명된 만큼 주한 대사 인선도 머지않아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있지만 대사 지명에서 바이든 정부의 느린 인선 속도를 볼 때 장담하긴 쉽지 않다는 예상도 있다.

현재 주미 대사에는 한국계 외교관인 유리 김 알바니아 주재 미국 대사의 기용 가능성과 함께 데릭 미첼 전 미얀마 주재 미국 대사, 조셉 윤 전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 빈센트 브룩스 전 주한미군사령관 등이 후보로 거론된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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