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시선] '없어서 못 맞는데'…모더나 물량 포기하는 독일

입력 2021-08-20 18:07
수정 2021-08-20 20:27
[특파원시선] '없어서 못 맞는데'…모더나 물량 포기하는 독일

(베를린=연합뉴스) 이 율 특파원 = 독일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속도가 떨어지자 모더나 백신을 다른 유럽연합(EU) 국가에 양보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모더나가 이달 한국에 공급할 백신 물량을 절반 이하로 축소하자 우리 정부 대표단이 미국 모더나 본사를 방문해 강한 유감을 표명하고 신속한 공급 및 재발방지를 요구한 것과는 대조된다.



독일은 8월 첫 두 주간 자국에 배분됐던 모더나 백신 260만회분을 포기하고 다른 EU 회원국에 양보했다.

독일 보건당국 관계자는 주간 슈피겔에 "우리는 EU의 백신공동구매 프로젝트를 통해 다른 국가가 더 필요하다면 모더나 백신 공급물량을 양보하겠다고 제안했다"고 밝혔다.

독일이 메신저 리보핵산(mRNA·전령RNA) 기술에 기반한 백신 공급물량을 포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독일은 이번 달 들어 EU가 체결한 계약에 따라 독일 몫이던 벡터 기술 기반 얀센 백신 공급 물량을 포기한 바 있다.

이어 더해 아스트라제네카(AZ) 코로나19 백신 전량은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코로나19백신 국제 공동구매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에 기부하고 있다.

AZ 백신 130만회분이 코로나19 백신 부족에 시달리는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 수단,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으로 보내졌다.

독일이 전 세계 다른 지역에서는 품귀인 코로나19 백신 공급물량을 포기하는 배경에는 느려진 접종 속도가 있다.



독일 내 코로나19백신 1차 접종자는 63.7%인 5천294만4천132명,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이는 58.2%인 4천841만9천275명이다.

우리나라의 백신 1차 접종률 48.3%, 2차 접종률 21.6%이나 미국(1차 59.6%, 2차 50.6%)보다 높지만, 영국(1차 69.8%, 2차 60.4%), 포르투갈(1차 77.6%, 2차 66.9%), 스페인(1차 75.0%, 2차 64.7%), 아일랜드(1차 71.8%, 2차 63.6%), 이스라엘(1차 67.8%, 2차 62.8%)보다는 낮은 수준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60세 이상에서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이는 82.9%에 달하지만, 18∼59세는 61.7%, 12∼17세는 17.0%에 불과하다.

이런 가운데 지난 5∼6월 하루 140만회가 넘었던 접종 속도는 최근 들어 그 5분의 1인 하루 30만회 수준으로 떨어졌다.

특히 1차 접종은 이달 들어 하루 2만회대까지 떨어져 백신 접종이 시작된 작년 12월 말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백신 접종 속도가 떨어지는 가운데 델타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세는 다시 빨라지고 있다.

독일의 질병관리청 격인 로베르트코흐연구소(RKI)의 집계에 따르면 전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9천280명, 사망자는 13명이다.

최근 1주일간 인구 10만명당 코로나19 신규확진자는 48.8명까지 치솟았다.

RKI는 독일 내 코로나19 4차 확산이 시작됐다면서 특히 10∼49세 사이 젊은 층에서 급격한 확산이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RKI는 주간보고서에서 "PCR(유전자 증폭) 검사 결과 양성 비율이 1주일새 4%에서 6%로 치솟았다"면서 "특히 젊은층이 타격을 입었는데, 이는 4차 확산이 시작됐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독일 내 신규확진자 중 델타 변이 감염 비율은 99%까지 올라섰다.

독일 정부는 이에 따라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속도가 높아질지는 미지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이달 기자회견에서 "백신 접종률이 현행 55%에서 70∼80%까지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yuls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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