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폭우 재해지서 '외국인이 빈집털이' 또 혐오 루머

입력 2021-08-20 09:53
일본 폭우 재해지서 '외국인이 빈집털이' 또 혐오 루머

현지 경찰 "사실 아니다" 부인…"재해 때 소수자 공격"



(도쿄=연합뉴스) 김호준 특파원 = 기록적 폭우로 산사태 재해가 발생한 일본 히로시마(廣島) 지역에서 외국인 혐오 루머가 퍼져 현지 경찰이 진화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히로시마현 경찰 당국은 인터넷상에서 확산한 '외국인에 의한 빈집털이가 빈발' 루머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최근 일본 규슈(九州) 북부와 히로시마현 등에 최근 수일 동안 사상 최고치를 뛰어넘는 많은 비가 내려 산사태와 하천 범람 등의 재해가 발생했다.

일본에선 재해가 발생할 때마다 외국인 혐오 루머가 인터넷상에서 퍼지는 경향이 있다.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때는 외국인 절도단이 약탈을 자행하고 있다는 헛소문이 돌아 일부 주민이 자경단을 조직하는 움직임을 보이기도 했다.

올해 2월 13일 후쿠시마(福島)현 앞바다 지진 때와 2016년 구마모토(熊本)현 지진 때는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퍼트렸다'는 악성 게시글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되기도 했다.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간토(關東)대지진의 혼란 속에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조선인이 방화한다'는 등의 유언비어가 돌아 조선인 수천 명이 자경단 등에 의해 학살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이런 게시물에 대해 일본의 네티즌들은 비판을 쏟아냈다.

세키야 나오야(關谷直也) 도쿄대학원 준교수는 교도통신에 "재해 때 소수자에게 공격을 가하는 구조는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번에 히로시마현 경찰이 외국인 혐오 루머를 부인하는 대응하고 나선 것도 헛소문을 방치하면 자칫 차별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hoj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