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만 침략 당하면 대응"…천기누설이냐 말실수냐

입력 2021-08-20 07:39
바이든 "대만 침략 당하면 대응"…천기누설이냐 말실수냐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난 발언…美당국자 "기존 정책 변화없어" 진화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만이 침략당할 경우 군사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가 구설에 올랐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공개된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집단방위 조항인 상호방위조약의 5조(Article Five)를 거론한 뒤 대만도 비슷한 보호 대상이라는 식으로 거론했다.

그는 "우리는 5조의 신성한 약속을 했다"며 만약 누군가가 나토 동맹에 대해 침략하거나 반하는 조처를 할 경우 미국이 대응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일본에도, 한국에도, 대만에도 마찬가지"라고 언급했다.

이 발언은 아프가니스탄 내 미군 철수 도중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해버린 일이 벌어지자 미국이 자국 이익에 따라 동맹을 버릴 수 있다는 잘못된 메시지를 동맹에 보냈다는 항간의 비판론을 반박하면서 나왔다.

나토, 일본, 한국, 대만은 내전 상태이자 자주국방 의지가 약한 아프간과 근본적으로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함으로써 이들 동맹이 행여 미국을 향해 가질지도 모를 우려를 불식하는 데 주안점을 둔 언급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까지 거론한 데서 비롯됐다.

미국은 대만을 제외한 한국, 일본, 나토와 상호방위조약을 각각 맺었는데, 여기에는 한 나라가 공격받을 경우 다른 나라가 돕기 위해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조항이 공히 담겨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1954년 대만과도 이런 내용이 포함된 조약을 맺었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고 대만과 단교한 1979년 이 약속이 사라졌다. 당시 대만에 주둔한 미군도 철수했다.

현재 미국 법에는 미국이 대만에 자기방어를 위한 수단을 제공하게 돼 있지만, 중국 등 외부 세력의 침입 시 미국이 군사적으로 개입할지에 대해선 1979년 이후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미 정부의 입장이었다.

이런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 침략 시 미국이 대응하겠다는 식으로 발언하다 보니 그간의 전략성 모호성을 벗어던진 것 아니냐는 논란을 낳았다. 이 발언이 미국의 새로운 정책이라면 중국의 강력한 반발은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미국의 일부 저명한 학자 등은 중국의 점증하는 군사적 압력에 비춰 미국이 대만에 좀 더 명시적인 안보 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고 있다. 중국은 대만을 자국 영토로 간주한다.

그러나 미 행정부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통신에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대만에 관한 미국의 정책은 변한 것이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전략적 모호성 입장을 유지한다는 뜻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말실수일 가능성이 큰 대목이다.

'아시아 차르'로 통하는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시아태평양 조정관도 지난 5월 대만에 명시적 안보 보장을 할 경우 매우 불리한 면이 있다고 말하며 기조 유지에 방점을 찍었다.

전문가들도 바이든 대통령이 잘못 말한 것처럼 보인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독일마셜펀드의 대만 전문가인 보니 글레이저는 캠벨 보좌관이 시사한 것처럼 바이든 행정부는 명시적 안보 보장 약속으로 돌아가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며 바이든 대통령의 명백히 잘못된 정의는 유감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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