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 입은 태국 태권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그리고 한국인 스승
최영석 감독 "'태국인들 행복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말 가장 기억에 남아"
귀화 연내성사 전망, 광고도 물밀듯…11년 애제자 파니팍 "계속 배우고 싶어요"
(방콕=연합뉴스) 김남권 특파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태국인들에게 행복함과 힘을 줬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최근 막을 내린 도쿄 올림픽에서 태국에 유일한 금메달을 안긴 태권도 대표팀의 한국인 지도자 최영석(47) 감독의 말이다.
최 감독은 지난 19일 여자 49㎏급 금메달리스트인 제자 파니팍 웡파타나낏(24) 선수와 방콕 시내 한국문화원(원장 조재일)을 찾았다.
문화원이 마련한 온라인 태권강좌 영상 촬영 행사를 위해서였다.
주태국 한국대사관의 이욱헌 대사가 두 사람에게 꽃다발과 한복을 선물하며 축하했다.
최 감독은 이전에도 제자들이 올림픽 은메달, 아시안게임 금메달 등을 수확해 왕실 훈장까지 받는 등 태국민들에게 이미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파니팍 선수가 올림픽에서 태국에 유일한 금메달을 안기면서 선수 못지 않은 '영웅' 대접을 받고 있다.
그는 금메달 획득 이후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이냐는 연합뉴스 기자의 질문에 "20년을 태국에 있으며 광고에 출연한 적이 있긴 하지만, 광고 5개를 한꺼번에 찍기는 처음"이라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시는 게 피부로 확 와닿는다"고 말했다.
명문 까셋삿 국립대학에서 오는 10월부터 전임교수로서 학생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게 되는 '선물'도 받았다고 최 감독은 전했다.
그는 '금의환향' 이후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태국 사람들 행복하게 해줘 고맙다' '태국 사람들한테 힘이 돼주는 금메달 따줘 고맙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파니팍 선수와 함께 금메달로 태국 스포츠 역사를 쓴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많은 태국인에게 행복함과 힘을 준 것이 의미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20년간 태국에서 활동해 온 최 감독은 올 초 귀화를 결정하고 절차를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한국을 버리는 게 아니라, 한국을 품고 태국과 한국간 더 큰 스포츠 외교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무거운 마음으로 귀화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금메달 획득으로 귀화 절차는 조금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내로 결정이 이뤄질 것으로 최 감독은 전망했다.
한복을 처음 입어봤다는 금메달리스트 파니팍 선수는 색깔이 너무 예쁘다며 연신 셀카를 찍는 등 즐거워했다.
그는 최 감독은 어떤 지도자냐고 묻자"'타이거 최'라는 별명에 걸맞게 훈련할 때는 정말 강도 높게 집중적으로 하고 굉장히 엄격하게 한다"면서도 "그러나 훈련 외적으로는 굉장히 인자하고 자상하시다"고 말했다.
태권도는 1분, 1초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 주는 소중한 존재라고 언급한 그는 도쿄 올림픽 금메달을 계기로 3년 후 파리 올림픽 2연패라는 또 하나의 목표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최 감독은 13살때 파니팍을 발탁, 올해로 11년째 사제의 연을 이어오고 있다.
파니팍 선수는 언제까지 최 감독과 함께 하고 싶느냐는 질문에 "선수 생활을 최대한 오래 할 수 있게끔 체력 단련을 계속하고 있다"면서 "체력과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 감독님과 함께 하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한편 한국문화원은 오는 31일부터 10월 5일까지 매주 화요일 오후 7시 SNS를 통해 태국 태권도 올림픽팀과 한인 태권도 강사 등이 참여해 기본 동작 및 태권 체조, 댄스 등 다양한 주제로 태권도를 소개한다.
조재일 문화원장은 "태국의 태권도 금메달 획득을 계기로 문화원의 태권도 강좌를 통해 한국과 태국의 우호관계 및 문화교류가 더욱 두터워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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