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마지막 탈출구' 위험천만한 공항 가는 길

입력 2021-08-19 19:08
수정 2021-08-19 19:11
'아프간 마지막 탈출구' 위험천만한 공항 가는 길

탈레반, 검문소 설치하고 순찰…서류 검사 뒤 돌려보내

군중통제 한다며 채찍질에 총격…어린이도 다쳐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아프가니스탄에서 나오는 사실상 유일한 통로인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은 '고립된 섬'과 같다.

공항은 미군이 통제하지만, 공항까지 길은 모두 탈레반이 장악했다.

카불 전반적으론 고요함이 유지되고 있지만, 아프간을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몰린 공항 주변은 혼돈 속이라고 18일(현지시간) 외신들은 전했다.

심지어 아프간 주재 미국대사관은 이날 미국민 등을 위한 탈출기가 운항 중임을 알리면서 "공항까지 길의 안전을 미정부가 보장할 수 없다"라고 경고했다.

탈레반은 각국 대사관이 있던 '그린존'에서 공항까지 이어지는 도로 등에 검문소들을 설치하고 순찰하며 아프간인들이 공항에 가는 것을 막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의 여권을 가진 이들은 통과시키는 것으로 전해졌다.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탈레반이 자신들이 발표한 성명이나 미정부에 약속한 바와 달리 아프간을 떠나려는 아프간인들이 공항에 가지 못하게 막는다는 보도들이 있다"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카불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탈레반이 검문소에서 서류를 검사하고 일부를 공항에 가지 못하게 되돌려보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탈레반 조직원들이 한 공항 출입문 앞 콘크리트 도로 분리대에 올라서 군중들에게 "이 출입문은 폐쇄됐고 외국인과 서류가 있는 사람만 통과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고 전했다.

탈레반의 '방해'를 어떻게든 피한 사람들은 공항에 인접한 도로에 운집해 공항에 들어가 비행기를 타고 아프간을 떠날 기회만 노리고 있다.

성공할 가능성은 사실상 없지만 일말의 희망을 품고 마냥 기다리는 것이다.



탈레반은 '질서유지'를 명목으로 이들에게 폭력을 가하고 있다.

현지에 있는 CNN방송 특파원 클라리사 워드는 이날 방송에서 "탈레반이 군중 통제를 맡았는데 그 방식이 다른 곳과 매우 다르다"라면서 "채찍으로 때리거나 공중 또는 사람을 겨냥해 총을 쐈다"라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 마커스 얌 기자는 트위터로 "탈레반 조직원들이 아프간을 떠나고자 공항 인근 도로에서 기다리는 아프간인 수천 명을 통제하고자 총격을 가하고 채찍과 막대기 등을 사용했다"라고 전했다.

얌 기자가 글과 함께 올린 사진엔 머리에 피를 흘리는 여성이 도로에 쓰러져 있고 그 옆으로 역시 피칠갑이 된 소년이 남성에게 들려있는 모습이 담겼다.

탈레반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관계자에 따르면 탈레반이 카불을 장악한 지난 15일 공항 안팎에서 최소 12명이 총에 맞거나 압사해 숨졌다.

앞서 아프간 매체 톨로뉴스는 공항 내 탈레반 지도자를 인용해 공항에서 총격이나 압사로 숨진 사람이 최소 40명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공항 안이나 밖에서 목숨을 잃은 사람이 탈레반이 밝힌 것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은 활주로를 가운데에 두고 북쪽은 군기지이고 남쪽을 민간이 사용한다.

민간구역 출입문은 3개로 그 중 여객터미널 정면 주 출입문이 가장 혼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5일 탈레반이 카불에 진입하자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사람들이 공항에 몰려와 활주로와 주기장에까지 들어오면서 공항 운영이 일시 중단되기도 했다.



jylee2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