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돈줄 확장 견제…IMF, 아프간에 금융지원 중단

입력 2021-08-19 08:38
수정 2021-08-19 18:18
탈레반 돈줄 확장 견제…IMF, 아프간에 금융지원 중단

"정부 인정 불확실" 특별인출권 배정 보류

"미국이 개입해 '탈레반 접근 막으라' 압력"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국제통화기금(IMF)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정파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 금융지원을 중단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IMF는 아프가니스탄에 예정된 특별인출권(SDR) 배정을 보류한다고 18일(현지시간) 밝혔다.

IMF는 "아프간 정부를 인정할지 국제사회에 확실성이 없다"며 "그런 결과로 아프간은 SDR을 비롯한 다른 IMF 자원에 접근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항상 그렇듯이 IMF는 국제사회의 견해를 따르고 있다"고 입장을 설명했다.

아프간 정부를 무너뜨리고 실권을 잡은 탈레반이 수립하는 통치조직이 국제사회에서 정부로 인정받을지는 미지수다.

IMF는 쿠데타나 부정선거로 정권이 바뀔 때 해당국 정부를 인정할지 여부를 회원국들의 판단에 맡겨왔다.

그런 관행에 따라 IMF는 2019년에도 부정선거 논란에 휘말린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에 SDR 접근을 차단했다.

로이터 통신은 IMF의 이번 결정에 미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재무부 관리는 탈레반이 SDR에 손을 대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미국 야당인 공화당의 의원들은 재닛 옐런 재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탈레반이 SDR을 못 쓰도록 IMF에 개입해달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SDR은 IMF 회원국이 외환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달러, 유로, 엔, 파운드, 위안 등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자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한 권리를 말한다.

IMF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고통받는 빈국을 지원하려고 6천500억 달러(약 761조원) 규모에 달하는 SDR을 오는 23일 재배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아프간은 자국이 IMF에 보유하는 지분 0.07%에 상응하는 4억5천500만 달러(약 5천300억원) 규모의 인출권이 배정될 예정이었다.

아프간이 SDR에 접근하더라도 글로벌 금융을 장악한 미국의 제재를 받는 탈레반이 자금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은 탈레반을 넘어 아프간 전체를 제재 대상으로 삼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아프간인 기본권을 인정하지 않고 테러리스트들을 숨겨주거나 지지하면 제재는 해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아프간의 보유 외환도 동결하고 아프간 내 달러 수송도 이미 차단했다.

아즈말 아흐마디 아프간 중앙은행 총재는 아프간 중앙은행 자산이 미국 연방준비제도, 국제결제은행(BIS), 세계은행(WB) 등에 묶여있다고 밝혔다.

그는 자금이 IMF와 미국 재무부의 감시를 받고 있으며 지금까지 탈레반에 몰래 빠져나간 자금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흐마디 총재는 지난주 기준 아프간 중앙은행의 자산은 90억 달러(약 11조원) 정도이며 탈레반이 손댈 수 있는 보유 외환은 0.1∼0.2%에 불과할 것으로 추산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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