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카불공항까지 안전통행 보장 못 해…탈레반과 논의 중"

입력 2021-08-19 06:26
수정 2021-08-19 10:57
미 "카불공항까지 안전통행 보장 못 해…탈레반과 논의 중"

아프간 대사관 "카불 보안상황 빠르게 변화…선착순 비행기 탑승"

셔먼 "괴롭힘·구타 해결 노력"…가니 전 대통령엔 "더는 아프간인 아냐" 냉담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아프가니스탄 주재 미국 대사관은 18일(현지시간) 아프간 체류 미국인에게 카불 공항까지 안전한 통행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경보를 울렸다.

CNN방송 등에 따르면 미 대사관은 이날 "카불의 보안 상황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며 대피 비행기에 선착순으로 탑승 가능하고 공항에 도착해도 상당 시간 기다려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아프간을 장악한 가운데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은 탈레반의 보복이나 박해를 우려하는 이들이 국외로 대피할 수 있는 통로다.

미국은 수천 명의 미군을 배치해 이 공항을 통제하며 미국과 동맹국의 외교관, 시민, 미국에 협력한 아프간 현지인의 대피 작전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탈레반이 곳곳에 검문소를 설치하고 외국인을 괴롭히거나 폭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자격을 갖춘 아프간인의 공항 입장을 거부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대사관의 이날 지침은 전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탈레반이 민간인의 안전한 공항 이동을 약속했다고 한 발언과 대비된다고 CNN은 말했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카불 공항까지 이동을 원하는 이들 모두가 안전한 통행을 담보 받을 수 있도록 탈레반과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탈레반의 검문소, 괴롭힘, 구타 등 모든 얘기를 듣고 있다면서 "최선을 다해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주말까지 공항에 설치된 영사관 인력을 거의 배로 늘리겠다면서 미국인 이외에도 여러 이유로 아프간을 떠나려는 이들을 대피시키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대피 작업이 목표일인 8월 31일 끝나느냐는 질문에 앞으로 2주를 최대한 활용하겠다면서도 연장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셔먼 부장관은 아프간이 테러리스트의 안식처가 될 경우 미국이 이를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탈레반의 여성 인권 침해 등에 관한 강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탈레반이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도록 경제적, 외교적, 정치적 모든 수단을 쓸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항복을 선언하고 아랍에미리트(UAE)로 도피한 아슈라프 가니 전 아프간 대통령에 대해 "그는 더이상 아프간의 인물이 아니다"라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또 "우리는 오늘 아침 가니가 UAE 정부의 환영을 받았다는 발표를 봤다"며 "더 할 말은 없다"고 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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