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도 부족한데'…남아공 생산 얀센 백신 유럽행 논란(종합)
테워드로스 WHO 사무총장 "얀센 백신, 아프리카에 우선 할당해야"
(요하네스버그·제네바=연합뉴스) 김성진 임은진 특파원 = 아프리카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가운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생산되는 얀센 백신이 유럽으로 수출돼 논란이 불거졌다.
17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아프리카 보건 활동가들은 미국 존슨앤드존슨(J&J)사가 남아공 제조 얀센 백신을 유럽으로 수출하는 것을 강력하게 질타했다.
이미 유럽에선 백신 접종이 광범위하게 이뤄졌고 일부 국가는 더 궁핍한 나라에 백신 기증까지 하는 상황인 만큼, 남아공 생산분은 백신 부족 사태를 겪는 아프리카에서 소진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생각이다.
아프리카 대륙 13억 인구 가운데 백신 접종을 마친 경우는 현재 3% 미만일 정도로 백신이 절대 부족한 상황이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남아공 그케베라(옛 포트엘리자베스)시에서 아스펜 제약이 생산하는 얀센 백신 수백만 회분이 유럽으로 수출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남아공 활동가들은 17일 남아공 정부에 J&J 등 백신 제조사와의 계약 관계를 전면 공개하라면서 응하지 않을 경우 정보공개 소송에 들어가겠다고 위협했다.
NYT 보도에 따르면 남아공 정부는 J&J의 백신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유예하기로 합의했다.
남아공 제약사 아스펜은 얀센 백신 성분을 배합해 약병에 넣고 포장하는 제조 계약을 J&J와 체결했다.
이는 아프리카 내 첫 코로나19 백신 생산 협정으로 아프리카연합(AU)과 남아공 정부는 아프리카 내 백신 보급 증진 책이라며 환영한 바 있다.
아스펜 공장은 연간 얀센 백신 2억2천만 회분 정도를 생산할 수 있다.
남아공은 얀센 백신으로 210만 명가량을 접종하고 3천100만 회분을 구매했는데, 이 물량은 남아공과 다른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다. 그간 얀센 백신 배포는 배달 혼란으로 지연돼 왔다.
남아공은 얀센 백신 외에 화이자 백신도 활용하고 있다. 남아공 인구의 7% 정도가 2회차까지 접종을 했고 9%는 한 차례만 접종했다.
남아공 전체적으로 최소 한 차례 이상 접종한 경우는 970만 명이다. 최근 하루 접종량은 20만 회 분 정도다.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는 J&J가 신속히 자신들의 백신 공급을 아프리카에 우선할 것을 촉구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18일 화상 언론 브리핑에서 남아공에서 완성된 J&J 백신의 유럽행 소식에 "망연자실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어 "백신 불평등은 모든 인류의 수치이고, 만일 우리가 함께 대처하지 않는다면 몇 달 내로 끝낼 수 있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극성기를 몇 년으로 연장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WHO가 지난주 2천 명의 전문가들과 함께 부스터 샷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분명한 것은 가장 취약한 계층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제조업체와 지도자들이 중·저소득 국가에 대한 공급보다 부스터 샷을 우선한다면 (백신) 빈부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울러 그는 인터류킨-6 억제제가 코로나19 중증 입원 환자들의 사망을 줄인다는 지난달 WHO의 발표 이후 해당 약품의 공급 부족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면서 "제약사 로슈에 기술과 노하우를 공유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숨야 스와미나탄 WHO 최고 과학자는 부스터 샷에 대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전제하면서도 "현재 자료가 그것이 필요하다는 점을 나타내지 않는다고 우리는 확실히 믿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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