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비 "1991년 8월 보수파 쿠데타 세력 소련 붕괴에 큰 책임"

입력 2021-08-18 18:23
고르비 "1991년 8월 보수파 쿠데타 세력 소련 붕괴에 큰 책임"

쿠데타 30주년 성명서 주장…"민주화만이 유일하게 올바른 길"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이 자신의 '페레스트로이카'(개혁·개방) 정책에 반대해 일어났던 1991년 보수파 쿠데타 30주년을 맞아 쿠데타 시도가 소련 붕괴를 부추겼다고 비난했다.

보수파 쿠데타는 소련 붕괴 직전인 지난 1991년 8월 19~21일 옛 소련 정보기관인 국가보안위원회(KGB)와 군부 고위인사 등 8인이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정책을 저지하고 개혁파를 몰아내기 위해 일으킨 사흘간의 정변이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고르바초프(90)는 18일(현지시간) 쿠데타 30주년을 하루 앞두고 배포한 성명에서 "쿠데타 주모자들은 나라를 지키려는 생각으로 행동했다고 항변하지만 그들의 모험주의 결과는 파멸적이었다"면서 "그들은 국가(소련) 붕괴에 대한 막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쿠데타 세력이 포로스(크림반도 얄타에 있는 마을)에 나를 격리하고 모든 통신을 끊은 뒤 자신들의 대표를 내게 보냈다"면서 "나는 국가비상사태 명령에 서명하라는 그들의 요구를 단호히 거부했고 그들의 행동을 범죄이자 모험주의로 규정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쿠데타 세력의 모험주의는 소련 대통령(고르바초프)과 러시아 대통령(보리스 옐친)의 확고한 태도, 수천 명의 모스크바 시민과 다수의 사회활동가, 의원 등의 용기 덕에 실패했다"면서 "페레스트로이카 결과 만들어진 민주적 제도는 시험을 견뎌냈다"고 평가했다.

고르바초프는 "1991년 쿠데타는 결국 실패했지만, 그것은 소련 대통령의 입지를 어렵게 하고 약화시켰다. 소련을 유지하는 노력을 계속하기가 엄청나게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련 소속) 공화국들이 독립선언을 채택했지만 개편된 기반 위에서 소련을 유지할 가능성은 (그때까지도) 남아있었다"면서 "하지만 (같은 해) 12월에 두 번째 타격이 뒤따랐다. 러시아·우크라이나·벨라루스 지도자들이 소련 종식에 관한 벨로베슈 공모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옛 소련의 핵심국가였던 러시아, 벨라루스, 우크라이나 등 3국 정상은 1991년 12월 8일 벨라루스의 벨로베슈 숲에 있는 관저에 모여 소련을 해체하고 느슨한 형태의 국가 모임인 독립국가연합(CIS)을 창설하는 협정에 서명한 바 있다.

협정 서명 18일 만인 같은 달 26일 소련의 의회격인 최고회의는 소련 공식 해체를 선언했다.

고르바초프는 "그날의 교훈은 지금도 유효하다"면서 "민주주의와 법치 국가 원칙을 수호하고 권력 찬탈과 모험주의 행동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은 항상 사회와 국가의 관심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러시아의 민주화가 유일하게 올바른 길이고 이 길을 통해서만 러시아가 발전할 것임을 믿는다"고 역설했다.

고르바초프는 그동안에도 "페레스트로이카의 종말과 소련 붕괴에 대한 책임은 1991년 8월에 쿠데타를 일으키고 그 뒤 소련 대통령의 지위 약화를 이용한 자들이 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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