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 이탈에 환율 6거래일간 34원 급등
델타변이·연준 테이퍼링 가능성도 달러 강세에 동조
(서울=연합뉴스) 증권·은행팀 = 금융시장 투자심리 위축에 달러 강세가 이어지자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지난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전 11시 27분 현재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170.5원으로 전날 종가보다 5.8원 내렸다.
이날 개장 직후 달러당 1,179.7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상승폭을 줄였다가 하락 전환했다.
환율은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6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 기간 상승 폭이 34.2원에 달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반영하는 달러인덱스는 전날 93.138로 상승했다. 지난 5일 92.281과 비교해 눈에 띄게 올랐다.
이런 달러 강세에 더해, 다른 통화와 비교했을 때도 원화 환율은 유독 상승세다.
달러 대비 아시아 통화 환율의 주간 상승률을 보면 원화 환율은 전날까지 한 주간 2.30% 상승했다. 이 사이 중국 위안화 환율은 0.07%, 싱가포르 달러 환율은 0.22%, 인도네시아 루피아 환율은 0.03% 오르는 데 그쳤다.
원화가 이처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인 데는 국내 주식시장 외국인 매도세가 주요 요인이 됐다.
한국이 의존도가 높은 반도체 시장을 향한 어두운 전망이 최근 연이어 나오면서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눈에 띄게 이탈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 9일부터 전날까지 6일간 주식을 순매도했다. 순매도 금액은 총 7조4천억원에 달한다.
국제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최근 '반도체의 겨울이 온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삼성전자[005930] 목표주가를 9만8천원에서 8만9천원으로, SK하이닉스[000660] 목표주가를 15만6천원에서 8만원으로 각각 내렸다.
오창섭 현대차증권[001500] 연구원은 "현재 수급상으로 외국인 순매도가 환율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며 "해외에서 반도체 시장을 안 좋게 전망하는 상황이 한국 경제에 악재로 작용하고 원화 약세가 지속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성태 삼성증권[016360] 연구원은 "코로나19로 많이 늘어난 반도체 수요가 계속 지속하지는 않을 거라는 인식이 그동안 잠재돼 있었다가 최근에 부각됐다"며 "외국인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관련주 매도에 나섰고 환율이 그만큼 움직였다"고 말했다.
여기에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금융시장 투자심리를 더욱 위축시켰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조기에 테어퍼링(자산매입 축소)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달러를 강세로 밀어내고 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전염력이 높은 델타 변이 확산으로 세계 경제의 회복 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위험자산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며 "달러, 엔, 스위스프랑 등 안전통화는 주목을 받지만,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유로, 원, 위안은 약세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델타 변이가 세계적으로 확산한 데다 한국에서 확진자 증가세가 더 눈에 띄게 나타나 외환시장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세와 달러 강세가 계속된다면 환율이 1,200원대에도 도달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환율이 과도하게 올랐을 때는 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정 연구원은 "현재 같은 상황에서는 환율 전망치를 이전 고점까지는 염두에 둬야 한다"며 "2011년 이후 환율이 1,050원과 1,250원 사이에서 등락했으니 1,200원까지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오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환율이 1,200원까지는 상승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며 "다만 환율 변동성이 확대됐을 때 당국 구두 개입 정도는 있을 것이고, 1,200원 수준에서 더 돌파하지 않는 저항이 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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