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아프간 주재 대사관 정상 운영 속 영향력 확대 모색

입력 2021-08-18 10:54
중국, 아프간 주재 대사관 정상 운영 속 영향력 확대 모색

중국 대사 "대사관 외부와 연결…러시아·이란·파키스탄도 운영"



(베이징=연합뉴스) 한종구 특파원 =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뒤 대부분 국가가 공관을 폐쇄하고 자국민을 철수시켰지만, 중국은 대사관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8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왕위(王愚) 아프간 주재 중국 대사는 전날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사관이 정상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인터뷰에서 "네트워크 신호가 불안정하며 가끔 정전되기도 하고 총소리도 들을 수 있다"면서도 "대사관은 외부와 연결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탈레반이 안전을 보장하기로 약속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서방국가 대사관 직원들은 공항으로 이동했지만, 중국 외에도 러시아, 파키스탄, 이란이 대사관을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대사관 정상 운영의 증거로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가 대사관 옥상에서 휘날리는 사진을 왕 대사가 보내왔다며 함께 보도했다.

중국이 아프간에서 공관을 철수하지 않는 것은 미국이 빠진 틈을 타 탈레반 정권의 '후견인' 역할을 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달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를 톈진으로 초대하는 등 탈레반과 상대적으로 우호적 관계를 맺어 왔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탈레반의 수도 카불 함락 뒤 중국이 아프간 문제에 건설적인 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전날에는 탈레반을 향해 '아프간의 새 정권'이라고도 칭했다.

탈레반이 신장(新疆) 위구르족 독립운동 세력인 '동투르키스탄 이슬람 운동'(ETIM)과 같은 수니파라는 점도 중국이 탈레반을 자극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로 꼽힌다.

ETIM이 탈레반을 등에 업고 세를 확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왕이 부장은 지난달 바라다르를 만난 자리에서 ETIM을 향해 "중국의 국가안보와 영토보전에 직접적인 위협"이라고 말한 뒤 "탈레반이 ETIM 등 모든 테러단체와 철저히 단절하고 지역의 안전과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jkh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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