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협상·새 정부 구성 논의…'탈레반의 아프간' 시동(종합)
공무원 사면령도 발표…미국, 탈레반 정부 인정 가능성 제시
'필사의 탈출'은 계속…한국인도 모두 출국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순식간에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새로운 통치 체제 구성을 위해 시동을 거는 분위기다.
20년간 탈레반과 전쟁했던 미국도 탈레반 정부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까지 보였다.
와중에 카불에서는 '필사의 탈출'이 이어졌으며 한국대사관 직원과 교민도 모두 아프간에서 빠져나왔다.
17일 알자지라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굴부딘 헤크마티아르 아프간 전 총리는 이날 하미드 카르자이 전 대통령, 압둘라 압둘라 국가화해최고위원회 의장 등 아프간 인사들과 함께 카타르 도하로 이동, 그곳에서 탈레반 대표단과 만난다.
탈레반이 지난 15일 카불 등 전국을 장악하고 아프간 정부가 항복을 선언한 이후 양측이 처음으로 공식 평화협상을 하는 셈이다.
양측은 아프간 평화와 카불의 안정 유지 등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탈레반도 새 정부 구성을 위한 논의에 들어갔다.
아프간 톨로뉴스는 이날 '탈레반 2인자' 물라 압둘 가니 바라다르가 도하에서 이를 위해 국제사회 및 아프간 내 정치 세력들과 접촉 중이라고 보도했다.
탈레반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도 조금씩 달라지는 분위기다.
미국 국무부는 전날 탈레반 정부를 인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여성 권리 존중, '알카에다와 같은 극단주의 거부' 등의 조건을 걸었지만, 미국도 아프간을 차지한 탈레반의 존재를 무시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 셈이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앞으로 아프간의 정부에 관한 우리의 태도는 탈레반의 행동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전날 이륙하는 비행기에 매달렸다가 추락해 사망하는 일까지 발생하며 아수라장이 됐던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의 상황은 다소 안정됐다.
전날 밤 11시부터 운영이 재개됐으며 미군 등의 통제 속에서 '필사의 탈출 행렬'도 다시 시작됐다.
탈출하는 아프간인 640명이 대형 수송기에 발 디딜 틈 없이 앉은 사진도 이날 공개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장면은 지난 15일 카타르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로 이동한 미공군 C-17 글로브마스터 수송기 내부 모습이었다.
현지에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한국대사관 직원 3명과 교민 1명도 이날 카불을 떠났다.
탈레반이 장악한 카불 시내는 관공서, 상점 등이 모두 문을 닫은 가운데 주민은 공포에 시달리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주민 A씨는 연합뉴스에 "거리에는 무장한 탈레반이 차를 타고 순찰하고 있다"며 "두려워서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탈레반은 엄격하게 사회를 통제했던 과거 통치기(1996∼2001년) 때와는 달리 여성 인권 존중 등 유화적인 메시지를 계속 보내고 있다.
이날도 공무원에 대한 '일반 사면령'을 발표하면서 일터로 돌아가라는 성명을 발표했다.
여성에 대해서도 "그들이 희생자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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