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트럼프, 아프간 실패 놓고 '네 탓' 공방

입력 2021-08-17 11:38
수정 2021-08-17 11:45
바이든·트럼프, 아프간 실패 놓고 '네 탓' 공방

"트럼프 때 협상 이뤄져" vs "민간인 앞서 군 철수 상상 못 해"

"다른 정책은 뒤집고 아프간 철군은 그대로" 지적도



(서울=연합뉴스) 안용수 기자 =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두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사이에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내 철군 결정이 트럼프 행정부 때 무장 조직인 탈레반과 협상으로 시작돼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아프간에 대한 군사·외교 정책을 제대로 시행하고 있지 못하다며 공화당 공세의 선봉에 섰다고 의회 전문매체 더힐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 이전부터 국무부에 근무했던 한 전직 관리는 "여러 측면에서 볼 때 현 아프간 사태는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했고, 바이든 행정부가 수행했다고 보면 된다"라고 말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임할 때도 미군의 아프간 주둔에 회의적이었다고 더힐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각종 정책을 뒤집었지만, 아프간 철군만은 지난 4월 계속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바이든 취임 당시 아프간에는 미군 2천500명이 주둔 중이었다. 그는 철군 계획을 9월 11일로 미뤘다가 다시 8월 31일로 앞당겼다.

그러나 실제 철군이 임박해지면서 상황 전개가 뜻하지 않게 이뤄졌다.



탈레반의 점령 속도는 예상을 뛰어넘었고, 미국이 훈련하고 장비까지 지원한 정부군은 이를 억제할 만한 힘이 돼주지 못했다.

미국은 이제 외교 공관의 직원들과 지난 20년 동안 미국에 협조한 아프간인들을 빼내는 데 사력을 다하는 중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상황이 악화하자 최근 아프간 사태에 대해 10여개의 성명을 내며 바이든 대통령을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 성명에서는 "미국이 민간인이나 우리나라에 조력한 사람들을 구출하기 전에 군인을 먼저 빼낸다는 것을 상상이나 할 수 있겠느냐"라며 "일 처리를 이렇게 한 것은 잘못됐다"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행정부 고위 관리 출신 일부 인사는 "현 행정부가 우리 때와 다른 점은 리더십의 차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는 아프간 주둔 미군에 대한 철수 여론이 높았다는 점을 들었다.

또 상황이 더욱 악화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탈레반 지도부를 캠프 데이비드로 불러들이면서 정당성을 부여한 게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에밀리 하딩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많이 뒤집었다"라며 "아프간 문제도 그렇게 할 수 있었는데 철군하겠다는 의사만 보였다"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존 볼턴은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전 아프간 병력 철수를 원했었다"라며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을 계속 수행하거나 아프간 주둔 미군 병력을 증강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미국이 역사상 가장 긴 20년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말은 정치적으로 나온 것으로 잘못된 개념이다"라며 "알카에다와 같은 테러 조직이 미국에서 활개를 치기 전 미리 막는다는 개념을 알렸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aayys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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