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많은 희생은 어디로"…미 참전용사들 좌절·분노
아프간 참전·재향군인들 "가치 있는 일이었나" 허탈
아프간인 통역관 등 미국 협력자들 적극적 구출 촉구
(서울=연합뉴스) 심재훈 기자 =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장악하자 미국 참전 용사들이 그동안 수많은 희생이 무의미하게 됐다며 좌절과 분노를 표출했다.
CNN방송은 16일(현지시간) 미군 참전 용사들이 20여 년간 지속됐던 아프간 전쟁이 미군의 철수 속에 탈레반의 점령으로 끝나자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트 젤러 아프간 참전용사는 "지난 20년이 완전히 무의미하고 헛된 것이었는지 궁금하다"며 "아프간에서 희생된 모든 전우는 무엇 때문에 죽은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젤러는 "이게 끝이라면 그들의 희생은 과연 무엇인가"라면서 "나는 이 시점에서 보면 가치 있는 일을 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 미군 참전 용사는 본인 및 가족의 위험을 무릅쓰고 미국과 함께 일해온 아프간 현지 통역관 및 지원 요원들의 안위에 대해서도 우려를 쏟아냈다.
젤러의 경우 2008년 아프간에 파병된 뒤 현지 통역관인 재니스 신와리의 헌신적인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 이후 신와리가 비자를 받아 미국으로 오도록 돕는 과정에서 정말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젤러는 수천 명에 달하는 아프간의 미국 협력자들이 아프간을 탈출하려는 가운데 아프간이 탈레반의 손에 넘어가는 것을 보면서 "나는 완전히 실패자처럼 느껴진다"면서 미국 정부의 적극적인 구출 지원을 촉구했다.
미국의 재향 군인 및 가족들 또한 아프간에서 희생에 대해 의문을 표하고 나섰다.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단체(IAVA)의 정부 관계 담당 부회장인 톰 포터는 "철군에 대해 아프간 참전용사들 사이에 다양한 의견이 있다"면서 "일부 참전 용사들은 철군 기한이 지났다고 느끼지만 다른 참전용사들은 미국이 폭력 사태를 막기 위해 머물렀어야 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포터 부회장은 "재향 군인과 가족들은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들의 아프간에서 봉사가 그럴 만한 가치가 있었을까 궁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프간 통역사로 일하다 미국 시민권을 얻은 뒤 미 육군에 입대한 사이드 누어는 탈레반의 신속한 아프간 점령에 놀랐다면서 아프간에서 자신의 가족을 구출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헛수고였다고 좌절감을 표출했다.
그는 "미국 시민인데도 가족을 구출하는 게 이렇게 어렵다면 비시민권자들이 어떨지 상상도 할 수 없다"며 "아프간 현지 통역관들은 내 가족만큼이나 위험한 상황에 부닥쳐있다"고 도움을 청했다.
한편 미 국무부는 미국으로 오려고 특별이민비자(SIV)를 신청한 아프간인이 2만여 명이라고 밝혔다.
미 행정부의 '동맹국 피난 작전'의 일환으로 1천200명의 아프간인과 그 가족들이 미국으로 대피했으며,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나 제3국으로 이송하기 위한 노력을 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CNN은 SIV 프로그램에도 미국과 함께 일했던 수만 명의 아프간인이 고립되거나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자격이 없다면서 새로운 난민 지정과 같은 다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president21@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