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 정권 재장악에 카불 주민 '공포·혼란'…공항 '아수라장'

입력 2021-08-16 12:46
수정 2021-08-16 15:58
탈레반 정권 재장악에 카불 주민 '공포·혼란'…공항 '아수라장'

아이 업고 공항으로 달려…카불 빠져나가는 차량들 긴 줄

(자카르타=연합뉴스) 성혜미 특파원 =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순식간에 아프가니스탄 정권을 재장악하자 수도 카불 주민들은 극도의 공포와 혼란에 빠졌다.



16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군과 국제동맹군이 철수하면서 올해 5월 농촌·시외지역부터 장악한 탈레반은 이달 들어 주요 도시를 포위 공격하더니, 카불 진군 이틀 만에 대통령궁까지 접수했다.

예상 밖의 빠른 속도로 친미 성향 아프간 정부가 붕괴하자 카불 시민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다.

이날 날이 밝기도 전에 수천 명의 시민이 아프간을 탈출하기 위해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트위터 등 SNS에 올라온 동영상을 보면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으로 끝도 없이 많은 시민이 뛰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탕, 탕'하는 총성이 산발적으로 들리는 가운데 아이를 업거나 안은 시민들이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앞으로 내달린다.

게시물 작성자는 "시민들이 패닉(공포)에 빠져 공항을 향해 달려가고, 미군이 시민들이 뛰도록 하기 위해 하늘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이런 모습을 보는 게 정말 슬프다"라고 적었다.

또 다른 동영상에서는 기관총을 난사하는 소리가 들리고, 시민들이 공항을 향해 달려간다.

'탈레반이 공항까지 점령하면서 민항기가 더는 뜨지 못하고 군용기만 이착륙이 허용됐다', '공항에 불이 났다', '공항가는 길을 탈레반이 막았다'는 소문이 퍼지는 등 시시각각 공항 상황이 변하고 있다.

카불 시내를 빠져나가는 차량 행렬로 도로 곳곳이 꽉 막힌 영상도 잇따랐다.

앞서 거점 도시가 잇따라 탈레반 수중으로 넘어가자 '안전한' 수도로 도망 왔던 피란민들의 경우 더는 갈 곳이 없다며 자포자기 상태가 됐다.



탈레반은 과거와 달리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이슬람 정부'를 구성하겠다며 공항이 정상 운영되는 만큼 떠나고 싶은 외국인은 떠나고, 남는 외국인은 등록하라는 등 온건한 자세를 취했다.

특히, "히잡을 쓴다면 여성은 학업과 일자리에 접근할 수 있고 혼자서 집밖에 나서는 것도 허용될 것"이라고 약속했다.

하지만, 과거 탈레반이 통치했던 5년 동안 극단적인 이슬람 율법(샤리아) 적용을 경험했던 시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탈레반 통치 당시에는 음악, TV 등 오락이 금지됐고 도둑의 손을 자르거나 불륜을 저지른 여성을 돌로 쳐 죽게 하는 가혹한 벌도 허용됐다.

여성들은 교육 금지, 직업 금지에 공공장소 부르카(여성의 얼굴까지 검은 천으로 가리는 복장) 착용이 의무였고, 성폭력과 강제 결혼이 횡횡했다.

게다가 수도 카불 시민들은 그동안 미군과 국제동맹군, 국제 NGO단체와 협업하거나 외국인들을 상대로 비즈니스를 한 경우가 많기에 탈레반이 '부역자'라며 자신들을 처단할까 봐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noano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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