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휴식 취한 이재용, 금주부터 '현장 경영' 본격 가동할 듯
반도체 등 경영 현안 산적…'백신 특사' 역할 책임도 커져
삼성바이오, 반도체·스마트폰 현장 챙기기 본격화 예상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 출소 후 광복절 연휴까지 휴식을 취한 데 이어 이번 주부터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나설 전망이다.
지난 7개월의 수감 기간 위기에 놓인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경영 현안을 챙기기 위해 현장 경영을 가동하는 것은 물론, '코로나 백신 특사'로서의 역할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6일 "연휴에 이 부회장은 건강을 추스르며 별다른 일정 없이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안다"며 "직원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회사로 출근하지 않았고 자택에서 쉬며 일부 경영 현안을 보고받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 사장과 김기남 디바이스솔루션(DS) 부회장, 김현석 소비자가전(CE) 부문 사장, 고동진 IT·모바일(IM)부문 사장 등 핵심 경영진은 주말에도 회사로 출근해 이 부회장에 보고할 내용과 업무를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연휴 동안 가족과 함께 고(故) 이건희 회장의 묘소가 있는 수원 선영에 들렀을 가능성은 있으나 삼성 측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복귀함에 따라 금주부터 본격적인 현장 경영에 돌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반도체 등 회사 현안 챙기기와 함께 백신 수급을 위해 백방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
앞서 13일 문재인 대통령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 특혜 논란에 대해 "엄중한 위기 상황 속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하며 가석방을 요구하는 국민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의 가석방 배경에 '백신 특사'로서의 역할을 특별히 강조한 것이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조만간 이달 말부터 모더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 위탁 생산에 들어갈 예정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 본사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특히 모더나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는 만큼 이 부회장이 초기 위탁 생산분의 일부를 국내로 돌리거나 정부의 백신 수급 일자를 앞당기는 등 수급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타진할 가능성이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통령이 가석방 이유로 반도체와 함께 백신을 언급한 만큼 이 부회장도 정부의 기대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며 "반도체 등 회사 현안보다 백신 확보의 무게감이 더 크게 다가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재계는 이 부회장의 화려한 글로벌 인맥과 네트워크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실제 지난해 말 정부가 화이자 백신을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이 부회장의 역할이 일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 협상단과 화이자와의 협상이 답보인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정부 협상단과 화이자 고위 경영진 사이에 다리를 놓아 백신 도입이 급진전했다는 것이다.
당시 이 부회장은 오랜 기간 교류해온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회장이 화이자의 사외이사라는 점을 알고, 휴가 중이던 그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화이자 회장과 백신 총괄사장을 소개받았고 우리 협상단과의 만남을 주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이 지난 1월 사업차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사업 협력과 함께 UAE가 확보한 백신 물량 공유를 논의하는 방안을 논의하려 했다는 소문도 있다. 이 부회장은 같은 달 18일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구속 수감되면서 UAE 출장을 가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금주 중으로 스마트폰과 가전 사업장이 있는 수원 본사와 반도체 본산지인 화성과 평택 현장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수원 사업장에서는 17일부터 사전예약에 들어가는 '갤럭시Z폴드3'을 비롯한 3세대 폴더블폰 상황을 점검하고 최근 중국으로부터 1위 자리를 위협받는 스마트폰 경쟁력 확보 방안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사업장에서는 신축 중인 P3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TSMC·인텔 등 반도체 경쟁사 움직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 부회장이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세계 1위를 차지하겠다는 '비전 2030'과 '뉴삼성' 등 경영 목표를 재점검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이 부회장의 경영 일정과 방향에 대해서는 현재 정해진 내용이 없다"고 했다.
다만 이 부회장이 가석방 신분이어서 해외 출장 등이 자유롭지 못하고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부당합병 의혹과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과 관련한 두 건의 재판에도 출석해야 하는 등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어 일부 경영 활동에 제약이 불가피할 것으로 삼성 측은 보고 있다.
sm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