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 몰아치기 전에…아이티 강진 생존자 찾기 안간힘

입력 2021-08-16 09:19
폭풍 몰아치기 전에…아이티 강진 생존자 찾기 안간힘

열대성 저기압 그레이스로 폭우 예보…추가 붕괴·구조 차질 우려

병원은 부상자로 포화상태…의료 인력·장비 턱없이 부족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규모 7.2의 강진으로 쑥대밭이 된 카리브해 아이티에서 구조자들이 생존자 찾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이티 재난당국은 15일(현지시간) 남서부 레카이와 제레미 등 지진 피해가 큰 지역에서 무너진 건물 잔해 등에 깔린 생존자 수색과 구조, 시신 수습 작업을 벌이고 있다.

전날 오전 아이티를 강타한 규모 7.2 강진의 사망자는 이날 1천297명까지 불어났다. 부상자도 5천700명에 달한다.

주택 1만3천 채 이상이 붕괴되고 역시 1만3천 채 이상이 파손됐으며, 병원, 학교, 교회 등도 지진 피해를 피하지 못했다.

지진 후 곧장 레카이를 찾은 아리엘 앙리 아이티 총리는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잔해 아래에서 가능한 한 많은 생존자를 구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지진은 최대 30만 명이 사망한 2010년 7.0 아이티 대지진 이후 11년 만에 다시 닥친 강진이다.

당시 피해가 집중됐던 수도 포르토프랭스보다 이번 피해지역의 인구밀도가 낮아 인명 피해는 훨씬 적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리적 요인 탓에 구조 접근성은 더 떨어진다.

산사태 등으로 도로가 끊긴 데다 갱단이 장악한 지역을 통과해야 해 인력이나 물자의 육로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날 유엔은 피해 지역으로의 안전한 접근을 위한 '인도주의적 통로'가 설치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북상하는 열대성 저기압도 폐허가 된 아이티를 위협하고 있다.

열대성 폭풍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세력이 약해진 그레이스가 16일 오후부터 아이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보됐다.



미국 국립허리케인센터(NHC)는 여전히 그레이스가 아이티와 도미니카공화국에 강한 비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아이티 해안 전역엔 열대성 폭풍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다.

지진으로 약해진 건물과 지반에 강풍과 폭우까지 더해지면 추가 붕괴가 우려된다. 구조 작업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미 집이 무너졌거나, 집은 멀쩡하지만 계속되는 여진에 차마 집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주민들도 폭우가 내리면 갈 곳이 막막해진다.

전날 강진 이후 이날까지도 규모 4∼5의 여진이 이어져 많은 이들이 길에서 뜬눈으로 밤을 지새워야 했다.

레카이에선 주민들이 무너진 집에서 쓸 만한 세간을 챙겨 축구장에서 밤을 보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시장엔 물과 바나나 등 얼마 남지 않은 식량을 사려는 주민들이 길게 줄을 섰다.

피해지역 병원들도 아수라장이다.



구조된 이들은 속속 병원으로 옮겨지고 있는데 몰려드는 환자 탓에 병상은 물론 복도 의자와 바닥까지도 부상자들도 가득 찼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아이티 안팎에서 피해지역으로 의료진이 급파됐으나 불어나는 환자들을 대처하기엔 인력도 장비도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레카이의 병원으로 달려온 의사 루돌프 자크(26)는 다리를 다친 한 여성 환자를 가리키며 "봉합을 위해 한참 기다리고 있는데 지금 봉합할 기구가 없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상처를 소독하거나 봉합하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여러 시간 대기해야 해 추가 감염의 위험도 큰 상황이다.

팔을 다친 한 환자는 "전날 병원 여러 군데에 갔는데 꽉 차서 사람이 너무 많아 진료를 받지 못했다"며 이튿날 아침에야 한 병원에서 깁스를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mihy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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