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하락하면 보험사가 책임지라는데…달러보험 퇴출되나
"가입자에 환차손 없게"…금융위, 다음달 개편안 확정
업계 "환차손 다 떠안으라면 상품개발 곤란"
(서울=연합뉴스) 하채림 기자 = 금융시장의 변동성 속에 인기가 커진 '달러보험'을 두고 금융당국과 생명보험업계가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환차손을 보험사가 다 떠안으라고 압박하고 있으나 생보업계는 무리한 요구라며 버티고 있다.
16일 생보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외화보험 가입자가 환율이 변동해도 보험금·해지환급금 손해를 보지 않도록 상품 설계를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달러보험 등 외화보험은 보험 상품의 구조는 원화 보험과 동일하지만 달러를 기준으로 보험료 납입액, 보험금, 해지환급금을 산출한다.
따라서 달러 가치가 상승하면 원화 기준으로 보험료는 올라가고 보험금 수령액도 많아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안전자산 선호 심리와 환차익 기대로 달러보험도 인기를 끌고 있다. 푸르덴셜과 메트라이프 등 11개 보험사의 외화보험 계약자수는 2017년 1만4천475명에서 작년 말 16만5천746명으로 11.5배 불었다.
그러나 보험금이나 해지환급금을 수령하는 시기에 달러 가치가 많이 떨어진다면 원화 기준으로 보험금 수령액도 급감하게 된다.
금융당국의 외화보험 개편 추진방안은 외화가 폭락해도 원화 기준으로 수령액의 손실이 없게끔 상품을 설계하라는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외화보험, 특히 외화 종신보험은 투자상품이 아니라 보험상품"이라며 "환율 변동으로 보장성 보험의 보장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외화보험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의 요구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우며 보험사에만 손해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투자자가 환차손을 피하려면 외환스와프 등 환헤지 상품을 이용하는데, 시장의 환헤지 상품은 대체로 6개월짜리여서 수십 년 만기인 보험에 맞지 않는다.
환헤지 수단을 강구한다고 해도 상당한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추가 비용도 가입자에게 전가하지 말라는 게 현재까지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또, 거꾸로 달러 가치가 단기에 급등해 원화기준으로 보험사가 손해를 보는 상황에 대해서도 역시 보험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원회의 요구는 어떤 방향의 외환 변동성에 대해서도 보험사가 책임지라는 뜻"이라며 "보험사가 환차손을 다 감당하라고 한다면 상품 개발이 곤란하다"고 말했다.
외화보험 가입자가 중도에 원화 상품으로 전환하는 선택권을 주는 방안이나 보험금·환급금 수령 시점이 아닌 최근 6개월간 평균 환율 적용 등도 대안으로 논의됐으나 금융당국과 보험업계가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주가 하락으로 더 큰 손실이 날 수 있는 변액보험과 달리 환차손에 강경한 이유에 관해 금융당국은 "변액보험은 투자상품이지만 외화보험은 보장성 보험"이라며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
금융당국은 이달까지 보험업계의 의견을 들어 다음 달 초 외화보험 상품을 개편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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