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세 침략과 끝없는 내전'…수난으로 얼룩진 아프간 현대사
19세기 영·러 등 열강 각축전에 이어 내전 지속
9.11 테러 후 미국 침공…20년만에 미군 철수 후 탈레반 재장악
(하노이=연합뉴스) 김범수 특파원 = 이슬람 무장조직인 탈레반이 15일(현지시간) 20년만에 다시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현대사는 열강들의 침략과 내전을 비롯해 9.11 테러 이후 미국의 침공 등 수난의 역사로 요약된다.
19세기에는 영국과 러시아가 주도권을 놓고 각축전을 벌였고 이후 내전 상황이 계속됐다.
1979년에는 소련의 침공으로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섰다가 무너졌으며 1994년 등장한 탈레반이 정권을 잡으면서 이슬람 종교법을 앞세운 엄격한 통제 사회가 됐다.
이후 탈레반 정권은 지난 2001년 9.11 테러의 배후인 알카에다 조직의 지도자인 오사마 빈 라덴을 숨겨줬다가 미국의 대규모 침공으로 붕괴됐다.
그러나 20년만에 미군이 철수하자 공세를 강화한 끝에 결국 아프간 정부의 항복을 받아냈다.
◇ 중앙아시아·남아시아·중동 잇는 요충지…끝없는 외세 침략
아프가니스탄은 중국, 파키스탄, 이란,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등 옛 소련권 강국들이 주변에 도사리고 있다.
특히 중앙아시아, 남아시아, 중동을 잇는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열강들이 끊임없이 눈독을 들였다.
19세기에는 영국과 러시아가 주도권을 놓고 이른바 '그레이트 게임'(Great game)을 벌이기도 했다.
20세기 초까지 3차례에 걸쳐 영국과 전쟁을 치른 끝에 1919년 독립했으나 쿠데타와 내전으로 인한 혼란이 계속됐다.
지난 1979년에는 소련이 침공하자 격렬하게 저항했으나 결국 사회주의 정부가 수립됐다.
이후 1989년 소련이 철군하자 무슬림 반군조직인 무자헤딘이 친소 정권을 붕괴시키고 아프간 이슬람 공화국을 선포했다.
◇ 탈레반의 등장과 9.11 테러 후 미국의 침공
아프가니스탄은 이후에도 내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1994년 이슬람 이상국가 건설을 기치로 내건 탈레반이 등장한다.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한 탈레반은 파키스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 '친미 국가'들의 지원을 받아 1996년 라바니 정권을 무너뜨렸다.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이슬람 샤리아법(종교법)을 내세운 탈레반에 의해 엄격한 통제사회가 됐다.
특히 여성은 취업 및 각종 사회활동이 제약됐고 불륜을 저지른 여성은 돌로 쳐서 죽이는게 허용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미국 뉴욕에서 발생한 9.11 테러를 계기로 탈레반 정권은 순식간에 무너졌다.
9.11 테러 배후인 알카에다의 수장 오사마 빈 라덴을 내놓으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같은해 10월 대규모 공격을 받아 한달만에 붕괴된 것이다.
탈레반은 이후 미군과 아프간 정부군이 자리잡은 대도시 등 주요거점을 제외한 지역에서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수시로 반격에 나섰다.
이후 2009년에 재선에 성공한 하미드 카르자이 대통령과 새로 취임한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 주도하에 평화협상이 추진됐으나 이견이 나오면서 좀처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2015년 7월에는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이 내전을 벌인지 14년 만에 공식 회담이 열렸으나 역시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못했다.
이에 오바마 전 대통령도 2015년 10월 임기 내에 미군을 완전히 철수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철회했다.
◇ 트럼프 행정부와 평화합의…미군 철수 후 재장악
지난 2017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은 미군 철수 시한을 제시하는 대신 테러 세력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골자로 하는 새로운 대 아프가니스탄 전략을 발표했다.
그러나 2018년 7월 앨리스 웰스 미국 국무부 남·중앙아시아 수석 부차관보가 카타르에서 극비리에 탈레반과 만나는 등 물밑 접촉에 나선 결과 평화 협상에 탄력이 붙었다.
이에 2019년 2월 양측은 아프간 내 국제테러조직 불허 등을 조건으로 외국 주둔군을 모두 철수하는 내용의 평화합의에 서명했다.
미국은 합의를 통해 올해 5월 1일까지 미군을 포함한 국제동맹군 철수를 약속하는 한편 탈레반은 극단주의 무장조직 활동 금지와 정파 간 대화 재개에 동의했다.
이후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은 9월 12일부터 카타르 도하에서 평화 협상을 시작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올해 1월 들어선 조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대통령 시절에 체결된 평화합의를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히자 탈레반이 강하게 반발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아프간 철군을 올해 5월 1일 시작해 9월 11일 이전에 끝내겠다고 지난 4월 14일 선언했다.
이어 지난달 8일 백악관 연설에서 "아프간에서 목표를 달성했다"면서 현지에서 미군의 임무가 8월 31일 종료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를 상대로 대대적인 공세에 나선 끝에 대부분의 지역을 점령하면서 결국 항복 선언을 받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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