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갔던 중국스타의 추락…광고 끊기고 연예계 퇴출

입력 2021-08-15 14:37
야스쿠니 갔던 중국스타의 추락…광고 끊기고 연예계 퇴출

올해 판타지 드라마로 스타덤 장저한, 사과 불구 파문 커져

25개 업체 계약 해지…공연업협회, 회원사에 보이콧 요구

"무지 변명 안 돼"…중 매체, 위안부·난징대학살 등 조명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야스쿠니(靖國)신사에서 사진을 찍어 올린 중국 스타가 광고가 모두 끊기고 연예계에서도 퇴출당했다.

올해 무협 판타지 드라마 '산허링'(山河令)으로 스타덤에 오른 배우 장저한(張哲瀚·30)은 2018년 야스쿠니신사 앞에서 'V'자를 그리며 포즈를 취한 사진이 지난 12일부터 뒤늦게 퍼지며 인터넷에서 집중적인 비난을 받았다.

야스쿠니신사는 일제가 일으킨 수많은 전쟁에서 숨진 200여만 명의 영령을 떠받드는 곳으로,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도 이곳에 봉안됐다.

장저한은 2019년 일본 노기(乃木) 신사에서 열린 결혼식에 참석한 사실도 밝혀졌는데, 중국 누리꾼들은 이 신사에 러일전쟁에서 일본의 승리에 공헌한 노기 마레스케(乃木希典) 장군이 봉안돼 있다는 것을 언급하며 비난을 퍼부었다.

장저한은 지난 13일 "무지했던 스스로가 부끄럽다. 그간의 부적절한 행동에 깊이 사과한다"고 납작 엎드리면서 "나는 친일파가 아니고 중국인"이라고 항변했지만, 파문은 가라앉지 않았다.

21세기경제보도 등에 따르면 장저한은 홍보 모델로 일해오던 25개 넘는 기업과의 계약이 하룻밤 사이 모두 끊겼다.

코카콜라와 덴마크 주얼리 브랜드 '판도라', 중국 음료업체 '와하하'(娃哈哈) 등이 일제히 장저한과의 상업적 협력을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식품회사 '쉬푸지'(徐福記)는 "장저한이 중국인의 감정을 손상한 행위에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민족 대의, 국가 이미지와 존엄이 침범당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장저한을 캐스팅한 영화 '웨이허팡바오두이'(維和防暴隊·Formed Police Unit) 제작사도 그를 작품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내년 개봉을 목표로 한 이 영화는 제작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나아가 중국공연업협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회원사에 장저한에 대한 보이콧을 요구했다.

협회는 배우인 장저한이 최근 콘서트 등 공연 관련 활동도 했기 때문에 이번 일에 대해 주목했다고 설명하면서 "장저한의 행위는 매우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협회는 야스쿠니신사가 일본 군국주의 대외 침략전쟁의 상징이자 역사를 부정하고 전쟁을 미화하는 장소라면서, 장저한의 행위를 "민족 감정을 상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아울러 "연예인들이 올바른 역사관을 가지는 것은 기본적인 직업적 소양"이라면서 "무지는 변명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 중국 매체는 "장저한이 '산허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지 6개월이 되지 않았지만 추락하는 데는 4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다"고 평했다.



앞서 인민일보는 지난 13일 장저한을 겨냥해 "막중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서 "민족의 대의에 대한 어떤 도전도 용납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중국중앙방송(CCTV)도 장저한이 역사의 상처를 건드리고 민족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면서, '모르고 한 일'이라고 간단히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중국은 기시 노부오(岸信夫) 일본 방위상의 지난 13일 야스쿠니신사 방문에도 엄중 항의하기도 했다.

15일 태평양전쟁 종전일을 맞아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일본군 위안부, 난징(南京)대학살 등과 관련한 보도를 쏟아냈다. 최근 대만 문제 등으로 중국과 일본 관계가 삐걱거리는 가운데 이런 보도가 나와 관심을 끌었다.

신화통신은 상하이사범대 중국위안부문제연구센터를 인용해 중국 본토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가 14명밖에 안 남았다고 이날 보도했다.

또한 별도 기사에서 올해 94세인 난징대학살 생존자의 이야기를 전하면서 학살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현재 65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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