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반전 평화운동의 상징 지노 스트라다 별세
1994년 의료 구호단체 '이머전시' 설립…분쟁지역 1천100만명 무상 치료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전 세계 분쟁 지역에서 무상 의료 활동을 하는 국제구호단체 '이머전시'(Emergency)의 설립자 지노 스트라다가 73세를 일기로 별세했다고 이탈리아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의사 출신인 스트라다는 적십자의 일원으로 여러 내전 국가에서 의료봉사 활동을 해오다 1994년 부인과 함께 직접 이머전시라는 구호단체를 설립했다.
이머전시는 이후 르완다를 시작으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수단, 에리트레아, 시에라리온, 우간다, 예멘,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 19개국에 병원을 세워 의료 활동을 해왔다.
이 단체가 분쟁 지역에 운영하는 병원 수는 60여 개에 이르며, 치료받은 인원은 1천100만 명을 헤아린다.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때는 이탈리아 내에서도 의료시스템이 가장 취약한 지역인 남부 칼라브리아에 코로나19 병동을 세워 감염자 치료에 나서기도 했다.
스트라다는 반전 활동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수많은 인명 피해를 양산한 대인지뢰 반대 운동을 주도해 이탈리아 정부가 대인지뢰 생산·사용을 법으로 금지하는 성과를 끌어냈다. 이탈리아 정부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파병 반대 운동에도 앞장섰다.
이탈리아 내 인도주의 활동과 반전 평화운동의 상징과도 같았던 스트라다의 죽음에 이탈리아 안팎에선 애도 메시지가 잇따랐다.
마리오 드라기 총리는 성명을 통해 "그는 직업의식과 용기, 인간애를 바탕으로 세계 가장 어려운 지역에서 가난한 이들의 편에 서서 일생을 보냈다"고 치하했다.
로베르토 스페란차 보건장관도 "'언제 어디서나 인간과 그 존엄성을 지켜라'라는 말은 그가 남긴 가장 아름다운 메시지"라며 "우리는 이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비드 사솔리 유럽의회 의장은 스트라다를 '인간애의 거장(마에스트로)'이라고 칭하며 그의 넋을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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