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실적 올린 HMM…기다리는 건 사상 첫 파업?
임단협 난항…노사간 큰 입장차에 조정 중지 가능성 커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국내 최대 선사인 HMM[011200]이 1조4천억원에 육박하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지만, 임금·단체협상 난항에 따른 파업 위기에 울상을 짓고 있다.
HMM은 육·해상 노조가 각각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을 진행하고 있지만 노사 간 큰 입장차로 조정 중지 가능성도 커 파업 전운은 쉽게 가시지 않을 전망이다.
14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은 올해 2분기 각각 2조9천67억원의 매출과 1조3천88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0배로 증가해 직전 사상 최대였던 올해 1분기 1조193억원을 뛰어넘었다.
2010년 이래 적자 늪에 빠져 채권단 관리까지 받았던 HMM의 과거와는 사뭇 다른 성과인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호실적은 사상 초유의 파업 위기에 빛이 바랬다.
노조와 사측 간 4차례에 걸친 임단협 교섭이 모두 결렬되면서 현재 육·해상노조 모두 중노위 조정을 진행 중이다. 육상노조는 오는 19일 3차 조정을, 해원 노조는 오는 18일과 20일 각각 1·2차 조정에 들어간다.
현재 노측은 임금 25% 인상과 성과급 1천200%를, 사측은 임금 5.5% 인상과 월 급여 100%의 격려금을 고수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노측은 중노위가 제시하는 조정안이 과거와 같이 사측 안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크다며 조정 상황을 지켜보겠지만 기대는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임단협에서 HMM노조는 8%대의 임금인상을 요구했지만,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사측 입장이 대폭 반영된 2.8% 인상의 조정안을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들인 바 있다.
만약 조정에서도 노사 간 큰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는다면 중노위는 조정안을 제시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에 더해 노조가 진행하는 파업 등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찬성표가 많을 경우 노조는 합법적으로 파업을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문제는 국내 유일한 대형 컨테이너 선사인 HMM이 파업에 나설 경우 수출 물류 대란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컨테이너 운임이 4천 선을 넘는 고공행진을 하고, 수출기업들이 선복량(적재공간) 부족으로 고통받는 상황에서 HMM 파업은 수출 물류를 아예 마비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976년 창사 이래 무파업 전통을 이어온 HMM에게도 파업은 타격일 수 밖에 없다.
HMM은 해운동맹 '디얼라이언스'에 새롭게 가입하며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지만 파업시 다른 가입 선사에 피해를 줄 수 있어 퇴출될 가능성도 있다.
HMM의 한 직원은 "희생한 직원에게 성과가 돌아오지도 않는 최대 실적이 무슨 의미인지 모르겠다"면서 "중노위를 넘어 정부가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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