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베이다이허 밀실회의보다 규칙에 의한 통치 선호"
홍콩매체 "시진핑, 체계·절차 확립 통해 전임자와 다른 길"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집권 후 중국공산당에 수천개의 규칙·규정이 만들어졌으며, 이는 공산당의 의사결정 과정을 개편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주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장문의 기사를 통해 시 주석이 집권한 2012년 제18차 당대회 이후 공산당에 도입된 대규모 규칙·규정 수를 공개하면서 규칙에 기반한 통치를 강조했다.
인민일보는 3천615개의 규칙·규정 중 약 70%가 시 주석의 감독 하에 도입됐다고 보도했다.
해당 기사는 시 주석이 중국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서 공산당이 향후 100년을 위한 통치를 이어가기 위해 굳건한 토대를 마련했다고 밝힌 지 한 달 만에 나왔다.
인민일보는 공산당이 세계에서 독특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시스템'을 확립했다고 강조했다.
SCMP는 "시 주석이 당의 장기집권을 준비하기 위해 형식을 갖춘 의사결정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며, 당원들을 위한 행동수칙의 성문화를 끈질기게 밀어붙이는 방침은 시 주석을 전임자들과 차별화시킨다"고 전문가들을 인용해 전했다.
이어 "이러한 접근은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 같은 소규모 회의에서 주요 결정을 해오던 관례의 입지를 좁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SCMP는 지난 10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시 주석의 동정과 관련한 보도를 2주 만에 했다며, 그와 함께 다른 공산당 고위 관료들이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기간 베이다이허 회의가 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매년 8월이면 중국의 현직 지도자와 당 원로들은 비밀리에 베이다이허에 모여 중요 정책과 장기 방향을 논의해왔다. 이는 마오쩌둥(毛澤東) 시대부터 이어져 온 전통이다.
SCMP는 그러나 "공산당 내부 관계자들은 시 주석은 집권 후 지난 10년간 베이다이허 밀실 회의로부터 서서히 멀어져갔으며, 대신 규칙에 기반한 통치를 밀어붙여왔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중국과학원대학의 셰마오쑹(謝茂松) 교수는 "수십년에 걸쳐 동지와 함께 싸워온 마오쩌둥과 덩샤오핑(鄧小平)은 서로를 잘 아는 동지와의 비공식 회의가 훨씬 입맛에 맞고, 효과적이라고 보지만 현재 지도부는 그런 역사가 없다"며 "당이 향후 100년을 통치하고자 한다면 의사결정 과정이 형식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한 당의 체계 구축 움직임은 시 주석의 유산이 될 것이며 그를 전임자인 마오쩌둥이나 덩샤오핑과 차별화시킨다고 설명했다.
다만, 왕장위(王江雨) 홍콩 성시대 교수는 공산당의 규칙과 중국 국가법의 양립은 또다른 문제라고 지적했다.
왕 교수는 "공산당이 중국의 가장 중요한 정치조직이고 모든 분야에서 나라를 이끌고 있지만, 그럼에도 중국 정치조직 내 한 부분이지 공산당이 국가 자체는 아니다"라며 "당의 내부 규칙은 국가법이 아니며 그것은 오직 당원에만 구속력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싱가포르국립대 리콴유 공공정책학부의 알프레드 우 교수는 시 주석이 규칙의 제정을 밀어붙이면서 당과 국가의 결속이 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공산당은 더 이상 당과 국가를 분리해서 이야기하지 않는다"며 "그들은 심지어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제재에서 중국과 공산당을 분리해 접근하려 노력하고 있음에도 공산당의 전반적인 통제를 매우 공개적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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