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 탈레반, 아프간 카불 150㎞ 인근 도시까지 장악(종합)
"중부 교통요지 가즈니 함락"…34개 주도 가운데 10개 차지
아프간 정부 탈레반에 권력 분점 제안…'폭력 종식'이 조건
(뉴델리=연합뉴스) 김영현 특파원 = 최근 미군 철수와 함께 아프가니스탄에서 빠르게 점령지를 넓혀가고 있는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수도 카불에서 150㎞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전략 도시마저 장악했다.
AFP통신은 12일(현지시간) 지역 의원을 인용해 탈레반이 카불 남서쪽 도시 가즈니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인구 14만명의 가즈니는 동명인 주(州)의 주도(州都)로 카불과 남부 대도시 칸다하르 사이에 있는 교통의 요지다.
나시르 아흐마드 파키리 가즈니 주의회 의장은 이날 "탈레반이 주지사 공관, 경찰서, 교도소 등 가즈니의 주요 지역을 장악했다"고 밝혔으며 아프간 내무부도 이를 공식 확인했다.
AP통신은 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가즈니 시내 곳곳에 탈레반 상징 깃발이 꽂혔고, 탈레반 전투 요원들은 약탈한 군용차량에 올라타고 거리를 질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아프간 전체 34개 주도 가운데 탈레반이 장악한 지역은 1주일도 채 안 된 기간에 모두 10곳으로 늘어났다.
탈레반은 지난 6일 남서부 님로즈주 주도 자란지에 이어 7일 자우즈잔 주도 셰베르간, 8일 북부 쿤두즈주 주도 쿤두즈, 사르-에-풀주 주도 사르-에-풀, 타크하르주 주도 탈로칸, 9일 북부 사망간주 주도 아이바크를 수중에 넣는 등 하루가 멀다고 장악 지역을 넓혀왔다.
이후에도 10일 서부 파라주 주도인 파라, 북부 바글란주 주도 풀-에-쿰리어 11일 북부 바다크샨주 주도인 파이자바드까지 차지했다.
미국 정부가 아프간전 종료 선언과 함께 이달 말을 시한으로 주둔 미군 완전 철수에 나서면서 탈레반의 공세가 급격히 빨라진 것이다.
이날 남서부 헬만드의 주도인 라슈카르 가에서도 탈레반이 경찰서를 장악하는 데 성공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탈레반이 무서운 속도로 공세를 펼치자 미국 행정부 당국자 사이에서 카불 함락이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왔다.
한 당국자는 전날 워싱턴포스트(WP)에 미군이 지금은 90일 이내에 수도가 함락될 수 있다고 평가한다고 말했고, 또 다른 당국자는 한 달 내에 이 일이 생길 수 있다고까지 언급했다.
궁지에 몰린 아프간 정부는 탈레반에 권력 분점을 공식 제안했다고 스푸트니크통신이 알자지라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프간 정부 측은 카타르 도하에서 탈레반의 폭력 중단을 조건으로 이런 제안을 전달했다.
도하에는 탈레반의 대외 창구인 정치사무소가 있으며 아프간 정부와 탈레반은 도하에서 작년 9월 이후 여러 차례 평화협상을 벌였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는 거두지 못한 상태다.
탈레반은 2001년 9·11테러 직후 오사마 빈 라덴을 넘기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미군의 침공을 받고 정권을 잃었다. 이후 정부군 등과 20년 전쟁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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