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대만 해경 첫 회의…중국 반발에도 '밀착' 강화
남중국해 등 중국 주변 바다에서 중국 팽창 저지 도모
연합 해양순시 훈련 여부 주목…중국 실질적 군사협력으로 간주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미국과 대만이 처음으로 해양경찰 간 회의를 공식적으로 개최했다.
미중 신냉전을 배경으로 미국이 중국의 반발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대만과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한층 강화하고 있다.
12일 연합보(聯合報)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대만 외교부는 전날 '대만-미국 해양순찰 업무 소조' 1차 회의를 인터넷 화상 연결 방식으로 개최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대만의 해경 조직이 공식 업무 회의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앞서 미국과 대만은 지난 3월 해양경찰 간 체계적인 협력 계획을 담은 양해각서에 서명한 바 있다.
미국 해안경비대와 대만 해순서(海巡署)가 참여한 첫 회의에서 양측은 해상 법 집행, 불법 어로 타격, 연합 해상 탐색구조 훈련 등 의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고 대만 외교부는 설명했다.
대만 주재 미국 대사관 격인 미국재대만협회(AIT)는 "양측은 탐색구조, 재난 및 환경 이슈 등을 포함한 해사 연합 대응 능력 강화 방안을 토론했으며 향후 소통을 증진하고 교육훈련 강화 기회도 모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가에서는 미국이 대만과 해경 협력을 통해 남중국해 등 중국 주변 바다에서 중국의 세력 팽창을 견제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등 분쟁 수역에서 군 선박 외에도 인해전술식으로 자국 어선을 대량으로 들여보내 영향력을 굳히는 '회색지대' 전술을 펴는 것으로 알려져 미국과 대만이 일정한 무장까지 갖춘 해경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국에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
일례로 지난 4월 취역한 대만의 4천t급 해경선 자이(嘉義)함은 2.75인치(70mm) 로켓포 1문, 20mm 기관총과 20mm 포 각각 2문, 사정 120m인 고압 소화포 3문 및 무인기 등을 갖추고 있다.
중국 측은 미국과 대만의 해경 분야 협력을 실질적인 군사 협력으로 간주해 고도로 경계하면서 미국과 대만 해경이 해상 연합 훈련을 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자유시보(自由時報)는 "대만 정부가 비록 공식적으로 부인하기는 했지만 대륙(중국)은 고도로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우스춘(吳士存) 중국남해(남중국해)연구원장은 "표면적으로는 해상 법 집행에 관한 것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일종의 군사안보 협력로서 (마지노선에 바짝 접근한) '에지볼'을 치는 것과 같다"며 "향후 심지어 미국과 대만 해군의 연합 군사 연습으로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중 신냉전이 본격화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미국은 1979년 미중 수교 이후의 오랜 관행에서 과감하게 벗어나 외교·군사·보건·경제·무역·기술 등 다양한 대만과의 전략적 관계를 심화해나가면서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하고 있다.
올해 새로 들어선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접근법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중국과의 전략 경쟁이라는 앞선 정부의 기조를 대체로 계승하면서 대만과의 관계를 지속해 강화하고 있다.
다만 커트 캠벨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이 지난달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는 않는다고 명확히 언급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이 절대로 수용할 수 없는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겠다는 기조를 견지하고 있다.
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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