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가격 인상 '초읽기'…정부 '6개월 유예' 막판 설득 나서
이달 하순부터 21원 오른 원윳값 적용되면 먹거리 가격 연쇄 상승 가능성
무더위에 우유 수급도 차질…대용량 우유 판매 중단·축소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이달부터 원유(原乳) 가격이 ℓ당 21원 인상되는 가운데 정부가 낙농가를 상대로 '인상을 미뤄달라'며 막판 설득에 들어갔다.
원유 가격 인상이 이대로 확정된다면 원유에서 우유와 유제품, 커피, 제과·제빵 등으로 이어지는 먹거리 가격 줄인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원유 인상은 작년 확정…각 우유업체에 통보는 '아직'
12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낙농진흥회는 이달 1일부터 원유 가격을 ℓ당 947원으로 21원 올리기로 지난해 7월 결정했다.
그런데도 아직 우유 가격이 오르지 않은 이유는 우유업계의 원유 대금 결제 관행 때문이다.
통상 서울우유·매일유업 등 주요 우유업체들은 매달 1∼15일치 원유 대금을 그달 20일께 지급한다. 이 때문에 이달 인상된 원유 가격은 오는 20일 이후에나 실제로 반영된다.
낙농진흥회 역시 원유 가격 인상을 결정해놓고도 아직 각 우유업체에 인상된 가격을 통보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 우유업체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인상됐으면 인상된 가격을 담은 공문이 와야 하는데 아직 받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우유 가격의 향배는 우유업체들이 실제로 대금을 지급하는 이달 하순 이전 최종 결론이 날 전망이다.
그러나 14∼16일 광복절 연휴가 낀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는 이번 주중 내에 결판이 날 공산이 크다.
◇ '먹거리 물가 급등'에 정부 설득 나섰지만…강제력 없어
정부 축산 당국은 비상이 걸렸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라면·과자·소스 등 주요 먹거리 물가가 줄줄이 올랐는데, 다른 식품산업에 파급 효과가 큰 우유 가격마저 오른다면 국민 식생활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는 "지난달부터 물가 상승 등을 이유로 원유 가격 인상을 6개월 유보하자고 낙농업계에 요청하고 있다"며 "공식 경로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으로도 꾸준히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이달 4일 열린 낙농진흥회 소위원회 회의에서도 설득에 나섰고 지난 6일에는 전국 낙농 협동조합장을 만나 비슷한 요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낙농가는 "이번에는 가격을 올려야 한다"며 인상 의지가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역시 강제력 있는 수단이 없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낙농진흥회의 가격 인상 계획을 변경하려면 이사회가 다시 열려야 하는 점도 정부로서는 부담이다.
이사회를 개최하려면 낙농진흥회 이사 15명 가운데 최소 10명이 참여해야 하는데 이사진 가운데 7명이 낙농 생산자 측 인사인 만큼 협조를 구하기 쉽지 않다.
낙농진흥회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이사회 개최 계획이 잡힌 것이 없다"고 말했다.
◇ 우유 인상 가능성에 업계 촉각…폭염에 이미 일부 수급 차질
원유 가격 인상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우유 제품 가격 인상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국내 우유업계 1위 업체인 서울우유 관계자는 "원유 가격이 오른다면 주된 원재료다 보니 원가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인상 여부나 폭, 시기 등은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매일유업 관계자도 "인건비, 물류비, 원자재 가격이 최근 많이 올랐기 때문에 가격 인상 요인이 있는 상황"이라며 "원유 가격마저 오른다면 경쟁 업체가 어떻게 하는지 지켜보고 결정해야겠지만, 가격 인상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유 가격이 인상되면 이를 공급받는 커피, 제과, 제빵, 빙과 등 주요 식품업체가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한 대형 커피전문점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우유 가격 인상을 이유로 우유업체가 협의를 요청하면 응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우유 가격 인상 가능성을 두고 내부적으로 대응 방안을 계속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최근 폭염 등으로 원유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이미 시중에서는 우유 제품 수급 차질이 일부 빚어지고 있다.
서울우유는 지난달 말부터 1.8ℓ 흰우유 제품의 편의점 공급을 중단했다. 대형마트에서는 1.8ℓ, 2.3ℓ 제품 공급이 발주량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매일우유 역시 우유 제품 공급량이 발주량보다 5% 부족한 상황이다.
우유업체 관계자는 "무더위가 일찍 찾아와 젖소가 스트레스를 받아 착유량이 감소한 탓"이라며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육하는 홀스타인종은 더위에 약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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