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회원 홍콩 최대 노조 해산 충격…"민주단체에 연쇄효과"

입력 2021-08-11 10:33
수정 2021-08-11 19:10
10만 회원 홍콩 최대 노조 해산 충격…"민주단체에 연쇄효과"

"악성종양" 전방위 압박에 백기…"사람들, 앞으로 침묵하려 할 것"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의 압박 속 회원이 약 10만명에 달하는 홍콩 최대 단일 노조인 홍콩직업교사노조(香港敎育專業人員協會·PTU)가 자진해산을 발표하면서 홍콩 시민사회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연매출 3억 홍콩달러(약 445억원), 48년 역사의 직업교사노조가 해산까지 할 줄 몰랐다는 반응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진영 다른 시민단체의 추가 해산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11일 홍콩 공영방송 RTHK에 따르면 전날 직업교사노조가 해산을 발표한 직후 직업교사노조의 몽콕과 코즈웨이베이 센터에 인파가 몰려들어 기념물을 구매하고 사진을 찍으며 노조의 해산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한 시민은 RTHK에 "(이번 해산은)내게 상당한 충격이고 많은 홍콩인들에게도 상당한 충격이라고 생각한다"며 "직업교사노조는 홍콩에서 역사가 긴 단체이고 많은 부분 홍콩을 위해 봉사했다. 앞으로 이와 같은 단체가 또 생겨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사람들은 앞으로 침묵하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력 10년의 한 중학교 교사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직업교사노조의 해산에 충격을 받았다면서 "이제 정권이 좋아하지 않는 단체는 제거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나?"라고 지적했다.

홍콩 중문대 정치학자 이반 초이는 직업교사노조가 최근 여러 단체들과의 관계를 끊으면서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해산 발표에 놀랐다고 말했다.

직업교사노조는 6·4 톈안먼(天安門) 민주화 시위 추모 집회를 주최해온 홍콩시민지원애국민주운동연합회(支聯會·지련회)와 민간인권전선, 브뤼셀에 본부를 둔 에듀케이션인터내셔널 등 친중 진영에서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 등을 제기하며 비판하는 단체에서 최근 모두 탈퇴했다.

또 지난주 교사를 대상으로 중국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돕는 프로그램 운영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직업교사노조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여러 노력에도 사방에서 공격이 이어졌다"며 "최근 일어난 일들은 너무나 큰 압박으로 다가왔고 해산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밝혔다.



이반 초이는 "직업교사노조처럼 재정적으로 튼튼한 대규모 단체조차 이런 정치적 상황에서 버틸 수 없다는 사실에 다른 시민단체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다른 단체의 추가 해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더 규모가 작은, 특히 민주진영 NGO와 시민단체들은 생존이 더 어렵다고 판단할 것이고 이는 연쇄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봤다.

국제인권단체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직업교사노조의 종말은 홍콩에서 활동하는 다른 노조에 충격적인 전개"라며 "직업교사노조에 대한 공격은 또한 홍콩 학교와 대학에서 표현의 자유가 급속히 줄어들고 있음을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직업교사노조의 자진해산 발표는 인민일보와 신화통신 등 중국 관영매체가 '악성종양'이라고 비난한 지 열흘 만에 나왔다.

이들 매체는 PTU가 2019년 반정부 시위 당시 학생들을 부추기며 홍콩을 혼란에 빠트렸다고 비판하면서 "악성종양은 뿌리뽑아야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논평이 나온 지 몇시간 후 홍콩 교육부는 "정치단체와 다를 바 없다"며 일체의 업무관계를 끊고 노조의 모든 지위를 박탈하겠다고 발표했다.

홍콩 경찰도 홍콩보안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 조사하겠다고 밝혔고, 교육부장관은 "교사들은 직업교사노조와의 관계에 대해 철저하게 재검토해야한다"고 촉구했다.

SCMP는 2개의 슈퍼마켓 매장과 의료센터, 여러 부동산을 보유하며 연매출이 3억 홍콩달러에 이르는 직업교사노조의 해산 작업이 연말까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번 해산 발표에 또다른 교사노조인 친중 성향의 홍콩교육노동자연합(香港敎育工作者聯會·FEW)조차 놀랐다고 RTHK는 전했다.

교육노동자연합은 해산이 유감스럽지만 이번 일로 교육분야가 교훈을 얻길 기대한다고 했다.

한편, 홍콩 교육부는 직업교사노조의 해산이 교육부 업무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으며, "진정한 교육 전문 단체와 계속해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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