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백신 임상3상 진입한 SK바이오 "국내에 충분히 공급"(종합2보)
시험백신 3천명·AZ백신 990명 비교…임상 1상서 안전성·효과 입증
연내 변이주 임상도 수행…"상용화 시 수억회 분량 전세계 공급"
(서울=연합뉴스) 계승현 기자 = 식품의약품안전처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했다고 10일 밝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경우 국산 백신 수억회 분량이 전세계에 공급될 전망이다.
이번 승인으로 국내 업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 최초로 개발 최종 단계인 임상 3상에 진입하게 됐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과 효과를 견주어 입증하는 비교임상 방식으로, 이는 프랑스 발네바사(社)가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비교 임상 진입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다.
◇ AZ와 플랫폼 다른 '재조합 백신'…1상서 유효성 입증
GBP510은 유전자 재조합 기술을 이용해 만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표면항원 단백질을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재조합 백신'이다.
식약처는 아직 허가된 코로나19 재조합 백신이 없는 상황을 고려해 바이러스 벡터 방식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선정했다. 중화항체가(특정 바이러스를 중화할 수 있는 항체의 양)의 우월성과 혈청반응률(백신 접종 전 대비 항체가가 4배 이상 증가하는 시험대상자의 비율)의 비열등성을 확인하는 것으로 설계됐다.
전체 시험 대상자는 18세 이상 3천990명이며, 시험백신(GBP510)은 3천명, 대조백신(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990명에게 0.5㎖씩 4주 간격으로 2회 접종한다. 식약처 전문가 자문 결과에 따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으로 알려진 혈전증이나 면역혈소판감소증 등을 앓는 자가면역질환자는 제외된다.
이번 임상 3상은 국내와 동남아시아, 동유럽 등 다국가에서 동시에 수행될 예정이다.
식약처는 GBP510의 임상 2상이 아직 진행 중이지만, 앞선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면역원성을 충분히 보여 임상 3상 진입 가능성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만19세 이상 건강한 성인 80명을 대상으로 수행한 임상 1상 중간분석 결과 모든 백신 접종자에게서 중화항체가 생성됐으며, 완치자 혈청 패널보다 5배 이상의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안전성 측면에서는 백신 접종 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피로, 근육통 등 이상 사례 외 특별한 부작용은 보고되지 않았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고령자까지 포함한 임상 2상 참여자 247명에 대해서도 올해 6월 말 2차 투약까지 마치고 안전성을 관찰하고 있다. 현재까지 특별한 안전성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임상 3상에서는 초기에 유행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예방하는지 평가할 예정이며, SK바이오사이언스는 GBP510을 개발한 기술로 연내에 변이주 항원을 활용한 임상도 수행할 방침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년 1분기에 임상 중간 분석 결과를 도출해 품목허가를 신청한 후 상반기 안으로 백신을 상용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대규모 임상 어려워 도입한 '비교임상'…"국제 표준 주도"
식약처는 국내 제약사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5월 최소 4천명을 대상으로 이미 허가된 코로나19 백신과 효과를 비교하는 방식의 '비교임상' 표준안을 마련한 바 있다.
원래 백신 임상은 수만 명의 시험 대상자에게 시험백신과 가짜 약(위약)을 투여해 시험백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이 본격화돼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위약 대조군을 모집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런 절차는 국산 백신 개발의 가장 큰 장애요인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국제사회도 이런 이유로 새로운 백신 개발이 어렵다는 문제를 인식하고 면역대리지표(ICP) 확립을 논의하고 있다. 면역대리지표는 바이러스 감염률 외에 예방효과와 상관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다른 지표들을 말한다.
식약처는 "이번 임상 승인은 최초로 국산 코로나19 백신이 임상 3상에 돌입해 국내 백신 자급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식약처는 또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필수 불가결할 것으로 전망되는 비교임상 방식을 선제적으로 도입해 향후 국제 표준을 주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 "초국가적 협력 결과"…국제기구 자금 지원·AZ사는 대조 백신 공급
GBP510은 빌앤멀린다게이츠재단과 국제 민간기구 CEPI(전염병대비혁신연합)의 지원을 받아 미국 워싱턴대학 항원 디자인연구소와 공동개발한 물질이다.
개발 초기 단계부터 두 단체는 총 2억1천370만달러(약 2천450억원)의 자금을 지원해왔고, 이 중 약 1억7천300만달러가 임상 3상 등의 연구개발비로 활용된다.
워싱턴대는 GBP510의 면역 효과를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으며, 다국적제약사 GSK는 후보물질에 결합할 면역증강제 기술을 제공했다. 이 기술은 스파이크 단백질 항원을 폭넓게 자극해 지속적인 면역반응을 유도한다. 임상 3상 진행은 국제백신연구소(IVI)가 협력한다.
아울러 아스트라제네카사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협의해 대조 백신을 제공하기로 했다. 정부도 아스트라제네카 본사와 CEPI, WHO, 영국정부 등 관련 기관에 협조 요청을 하고 회의를 여는 등 측면에서 지원해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CEPI와 GBP510이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한 후 상용화되면 국제 백신 공동구매 프로젝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수억 회 접종분을 전 세계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 후보물질에 적용된 합성항원 백신 플랫폼은 2∼8℃ 냉장조건에서 보관할 수 있어 저개발국에서도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공장인 경북 안동 L 하우스를 통해 GBP510이 개발되는 즉시 연간 수억회 물량의 대규모 상업 생산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 관계자는 "일정 물량을 코백스에 공급해야 하는 건 맞지만, 우리나라 공급분에 우선해서 제공해야 하는 건 아니다"라면서 "코백스 물량과 별개로 우리나라에도 충분히 공급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아직 품목허가 단계가 아닌만큼 CEPI 및 정부와 공급량을 확정하는 구체적인 계약을 체결한 상태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SK바이오사이언스와 CEPI 간의 계약 내용은 정부에서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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