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테크 플러스] 구충제 새로운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
미국 연구팀 "촌충 치료제 파생물질, 항바이러스·항염증 확인"
"사이토카인폭풍·바이러스증식 억제"
(서울=연합뉴스) 이주영 기자 = 수십 년간 사람과 가축에 사용돼온 촌충 치료제를 기반으로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후보물질이 과잉 면역 반응인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과 바이러스 증식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스크립스연구소 김 잰더 교수팀은 9일 미국 화학회(ACS) 학술지 'ACS 감염병'(ACS Infectious Disease)에서 세포·동물실험을 통해 촌충 치료제 '살리실아닐리드'(salicylanilides) 계열 화합물이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 감염 시 염증반응과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한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살리실아닐리드는 1950년대 독일에서 소 촌충 치료제로 개발됐으며 지금도 '니클로사미드' 등 가축과 사람용 구충제로 처방된다. 니클로사미드는 현재 코로나19 치료제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다.
잰더 교수는 살리실아닐리드가 특정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10~15년 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이 성분이 혈관을 통과하지 못하고 장에서만 작용하는 데다 독성 문제도 있을 수 있어 항바이러스제 개발로 이어지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이전에 살리실아닐리드를 기반으로 합성한 60여개 화합물이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어떻게 작용하는지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통해 탐색, '11번 물질'(salicylanilide 11)이 항바이러스·항염증 작용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살리실아닐리드11은 투여량의 10% 정도만 혈류에 전달되는 니클로사미드와 달리 전체의 80%가 혈류에 흡수됐고, 니클로사미드에서 문제가 되는 전신 독성 같은 부작용도 나타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살리실아닐리드11은 실험 결과 두 가지 방식으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증식을 막고 항염증 작용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먼저 이 물질은 바이러스가 유전물질을 감염된 세포 안에 투입하는 '세포내섭취'(endocytosis) 과정을 방해해 바이러스가 증식하지 못하게 한다. 바이러스는 자기 유전물질이 든 세포소기관(endosome)을 만들어 인체세포에 침투시키는 데 살리실아닐리드11이 이 세포소기관이 분해되는 것을 막아 유전물질이 빠져나오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잰더 박사는 중요한 것은 이 물질의 항바이러스 효과가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에 대한 작용이 아니라 세포 내부 활동을 통해 나타나기 때문에 델타와 람다 등 변이 종류에 관계없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살리실아닐리드11은 또 실험동물에서 중증 코로나19 환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이토카인 폭풍'과 관련이 있는 신호 단백질인 인터류킨6 수치를 감소시켜 과잉 염증반응을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이토카인 폭풍은 고열 및 장기 부전 등을 수반하는 과잉 면역 반응으로, 폐렴을 포함한 코로나19 중증 환자에게 관찰된다.
잰더 교수는 "전염성이 높은 새로운 변이 출현으로 코로나19 환자와 사망자가 급증하고 있어 더 나은 치료제 개발이 시급하다"며 "이 연구 결과는 살리실아닐리드11이 코로나19 치료제로 많은 장점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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