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풀려날까…재계 "가석방해야" vs 시민단체 "반대"

입력 2021-08-08 08:51
수정 2021-08-08 11:12
이재용 풀려날까…재계 "가석방해야" vs 시민단체 "반대"

9일 법무부 가석방심사위원회 개최…이재용 심의대상에 포함

가석방되도 취업제한과 '계열사 부당합병·회계부정' 재판 등은 남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가석방 여부 결정이 9일로 다가오면서 삼성 임직원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속 이후 기술 경쟁에서 밀리고 대규모 투자 결정도 지연되고 있어 총수의 경영 복귀를 절실히 원하고 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할 경우 초격차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고 지적받는 반도체·스마트폰 등의 사업부터 재점검하고 투자 결정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 "경제 위기 극복 위해 가석방해야" vs "기업 범죄 끊이지 않을 것"

8일 업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9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광복절 기념일 가석방 대상자 심의를 한다.

이날 심사 대상에는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달 말 형기의 60%를 채워 가석방 요건을 충족했다.

이 부회장이 심의를 통과하면 일요일인 광복절에 앞서 13일께 출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그간 미중 패권다툼 등 반도체 위기 상황 속에 이 부회장의 역할을 강조하며 지속적으로 사면을 요청해왔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손경식 회장을 중심으로 한 경제5단체는 지난 4월 사면 건의서를 청와대에 제출했고, 한미정상회담 이후 청와대에 초청된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 4대 그룹 회장들도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간담회에서 사면을 건의했다.

재계에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그러나 최근 참여연대를 비롯한 1천여개의 시민단체들이 연일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반대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기업 성장을 이유로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다면 기업 범죄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 내부에서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연초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 가능성을 기대했다가 구속 수감된 전력이 있어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상황 등에 대응하기 위해 이 부회장의 가석방을 바라지만 결과를 알 수 없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이 흔들리고 있다는 위기감을 삼성 내부에서도 느끼고 있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 이 부회장의 복귀가 간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경영복귀 시 미국 등 대규모 투자·M&A 시동 걸듯

재계는 이 부회장이 복귀하면 가장 먼저 반도체와 스마트폰 등 시장에서 우려하는 위기 상황을 점검하고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이 수감돼 있는 동안 삼성전자가 따라잡아야 할 파운드리 경쟁사 대만의 TSMC와는 점유율 격차가 더 벌어졌고, 인텔까지 파운드리 사업 재진출을 선언하며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으로 삼성전자를 압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부문에서도 미국의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000660]가 각각 176단 낸드와 DDR5 D램의 기술 개발과 생산에서 삼성전자를 앞지르는 등 삼성전자의 초격차 지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올해 2분기 일시적인 메모리 호황으로 삼성전자의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인텔과 TSMC를 제치고 글로벌 반도체 1위 자리에 올랐지만, 주가는 삼성전자의 불확실성을 더 높게 평가하며 좀처럼 7만∼8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초미세공정에서 기술 경쟁을 벌이는 TSMC가 삼성에 앞서 3나노미터(nm) 생산 준비에 돌입하고, 2나노 칩 공장 건설 계획까지 승인받았다"며 "최근 인텔까지 막강한 자금과 기술 경쟁력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시장에 가세해 삼성전자의 '비전 2030'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복귀한다면 가장 먼저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에서 1위를 달성하겠다는 '비전 2030' 목표와 초격차 전략부터 재점검할 것으로 업계는 예상한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속에 미국 등의 투자 결정이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종 의사결정자인 이 부회장이 복귀하면 지지부진하던 인센티브 협상이 진전을 보이면서 투자결정이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을 비롯해 텍사스주 테일러, 애리조나 인근 굿이어 및 퀸크리크, 뉴욕의 제네시카운티 등 5개 지역을 후보지로 올려놓았으나 최종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대규모 인수합병(M&A)도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엔비디아(ARM)·AMD(자일링스)·SK하이닉스(인텔 낸드사업부) 등이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유망 기업 인수에 나섰고, 삼성전자의 경쟁사이자 최대 스마트폰 칩 제조사인 미국의 퀄컴까지 최근 스웨덴의 자동차 부품업체 '비오니어' 인수 입찰에 가세하며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합종연횡이 가속화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2017년 하만 인수 이후 M&A가 중단돼 있다. 당시 9조원의 거금을 들여 인수한 하만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수익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올해 초 "최근 3년 내 의미있는 인수합병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지난달에는 "인공지능(AI)·5G·전장 사업 등 다양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인수를 검토중이라고 공개한 만큼 이 부회장의 결단이 뒤따를지 주목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수익이 나지 않고 대규모 투자를 요구하는 파운드리나 시스템 반도체, 기업 인수 등은 일종의 '베팅'과 같은 것으로 전문경영인이 할 수 없는 오너의 영역"이라며 "이 부회장이 복귀하면 그간 뒤쳐진 것으로 평가받던 삼성전자의 투자 시계가 빨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 '계열사 부당합병·회계부정' 등 2건 재판은 진행형

그러나 이 부회장이 가석방된다 해도 경영 활동이 온전히 자유롭진 못할 수 있다.

가석방은 남은 형기 동안 재범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조건하에 임시로 풀어주는 '조건부 석방'으로, 경제사범에 적용하는 취업제한이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이번에 가석방으로 풀려나도 특경가법상 5년 취업제한에 걸려 원칙적으로 경영 현장에 복귀하기 어렵다. 가석방 신분이어서 해외출장도 제한된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의 경영 활동을 위해선 법무부 장관이 취업제한 대상에서 예외를 인정하는 별도의 승인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또 다른 사법리스크도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계열사 부당합병·회계부정' 사건과 관련된 1심 재판이 진행중이어서 목요일마다 법원에 출석해야 하고, 프로포폴 불법 투약 혐의와 관련한 정식 재판도 이달 19일부터 열린다.

2개의 재판이 동시에 돌아가면서 이 부회장이 온전히 경영활동에 '올인'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가석방돼 복귀하더라도 다른 재판 결과에 따라 또 다시 실형을 살 수도 있다"며 "이 부회장과 삼성의 미래는 여전히 가시밭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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