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시선] 코로나 속 올림픽 앞둔 중국의 입국자 '맥시멈 격리'
해외발 입국자를 감염자 수준 고강도 격리…무증상 감염 유입 최소화
국가적 과제·목표, 냉정하게 직진하듯 돌파하는 중국의 일면 엿봐
(베이징=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 특파원으로 부임하기 위해 지난달 16일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으로 입국한 기자는 곧바로 베이징 시내 격리 숙소로 이송돼 이달 7일까지 21일간 격리생활을 했다.
경비요원이 사람의 왕래를 통제하는 베이징 변두리의 한 비즈니스 호텔에서 '격리 의학관찰'이라는 이름 아래 꼬박 3주 동안 시설 격리를 했다. 한국과 비교하면 기간은 1.5배, 격리의 강도도 자가 격리보다 셌다.
3주동안 받는 느낌은 중국 방역당국이 해외발 입국자를 일단 '감염자'로 상정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입국자가 잠복기인 상태로 격리를 거쳐 시내를 활보하는 상황을 최대한 '0'에 가깝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 마주치는 모든 사람은 전신 방역복…격리방 쓰레기는 '의료폐기물' 분류
우선 기자가 인천공항에서 베이징행 에어차이나 여객기에 탑승한 시점부터 격리 생활을 마치기까지 사람의 얼굴을 제대로 본 것은 격리 숙소로 가는 버스 차창 밖으로 행인들을 봤을 때 뿐이었다.
여객기 승무원, 호텔과 공항의 코로나19 검사 담당자, 호텔 직원 등 기자가 접한 사람은 모두 방역복에 고글로 전신을 '무장'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숙소 직원들이 객실 문 앞 의자에 둔 매끼 도시락을 가지러 갈 때와 쓰레기를 버릴 때,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할때, 증세 유무에 대한 질문에 답할때만 객실문을 살짝 열수 있을 뿐, 약 500시간 동안 방문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배달 주문 앱으로 외부 음식을 주문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숙소에서 물품이 밖으로 나가는 것은 '엄금'이었다. 세탁도 방 안에서 손빨래를 해야했다.
숙소 관리자 및 의료진과 소통은 위챗(微信·중국판 카카오톡)을 통했다.
매일 오전, 오후 2차례 방안에 있는 온도계로 스스로 체온을 재서 호텔 의료팀 위챗계정으로 보고하게 되어 있었다. 심지어 PCR검사 비용도 위챗으로 QR코드 청구서를 보내면 위챗페이 등 전자지갑으로 결제하도록 요구받았다.
도시락 용기 등 쓰레기도 호텔 문밖에 놓아두면 직원들이 정해진 시간에 수거해 갔는데, 쓰레기 봉투에는 '의료폐기물 전용 포장대'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 사흘 한번 꼴 PCR 검사에 격리숙소 내부 환경검사까지
PCR검사는 공항도착 시점부터 시설 출소때까지 사흘에 한번 꼴로 총 7차례 했다.
출국 이틀전 한국 내 병원에서 PCR검사 및 혈청 검사 결과 음성으로 나와야 중국행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는데, 베이징 공항에서 한차례, 시설 안에서 6차례 PCR검사를 받았다. 또 숙소 방 안의 각종 집기나 소지품에서 검체를 채취하는 '환경 검사'도 격리기간 중 2차례 했다.
격리해제 전날인 지난 6일의 마지막 PCR 검사는 특히 평소보다 더 깊게, 그것도 양 콧구멍으로 2차례 검사장비를 집어넣었는데, 그 자극으로 인해 눈물이 쏟아졌다.
'지금까지 20일간 6차례 검사에서 음성이었는데, 내가 잠복기 감염자일 확률이 얼마쯤 될까'하는 생각이 스치니 콧속이 더 쓰라렸다.
◇ 올림픽 앞둔 中, 고강도 해외발 감염자 유입 차단에 승부수
격리를 마치고는 '집중격리의학관찰 해제 통지서'라는 문서와 의학관찰 해제 통지서, 각 검사가 음성으로 나왔다는 PCR검사 결과지 등을 받았다. 격리를 마치고 베이징 시내 다른 민간 호텔에 들어갈 때도 이 검사 결과들을 보여주고 나서야 방을 얻을 수 있었다.
3주 격리생활을 보내는 동안, 국가적 과제나 목표를 정하면 최고강도로 그것을 집행하고, 타국과의 상호주의 적용문제(백신 접종자 격리 면제 여부), 내외 국민의 불편 등 다른 고려 사항들은 '직진 돌파'하는 중국의 일면을 봤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을 반년 앞두고, 진단 검사와 국민 이동통제가 완벽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 행정력으로 통제가능한 입국자 방역을 백신과 더불어 양대 승부수로 삼고 있는 듯 했다.
격리를 마치며 작년 우한(武漢)발 코로나19 확산 초기, 중국발 입국 제한 대상 지역의 범위를 우한 및 그 주변으로 하느냐 중국 전역으로 하느냐를 두고 한국 사회에서 논란이 일었던 일이 떠올랐다. 그때 중국이 한국 입장이었다면 어떻게 했을까?
내정과 대외관계가 겹친 문제에서 국력의 강약, 내부 정책 결정 과정의 복잡성 또는 단순함이 일국의 정책 선택지 범위에 영향을 주는 측면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팬더믹과 같은, 국민 전체의 안위가 걸린 상황에서 복잡한 고려 요인 중 '우선 순위'를 가려 냉정하게 정책을 집행하는 것이 독재국가나 강대국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할 일은 아니지 않나 싶었다.
jhc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