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외치지만…7월 전력난에 석탄발전 58기 중 57기 가동
지난달 석탄 가동률 매일 90% 이상…한울 원전 3호기도 이달 중 투입될 듯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지난달 연일 계속된 폭염으로 전력수요가 급증하면서 정부가 석탄화력발전소 전체 설비용량의 90% 이상을 매일 가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석탄발전을 중단하거나 최소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지만 석탄발전 의존도는 여전히 높은 실정이다.
8일 전력거래소와 업계에 따르면 7월 석탄화력발전소는 전체 설비용량 35.3GW 가운데 90%가 넘는 30GW가 매일 가동했다.
특히 지난달 27일 오후 5시에는 전국에 설치된 58기 가운데 환경개선설비 공사가 진행 중인 삼천포 6호기를 제외한 57기가 '풀 가동'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최대 전력 수요는 91.4GW까지 치솟아 111년 만에 가장 더운 2018년 7월 24일 92.5GW 이후 가장 높았다.
우리나라는 통상 연료가 저렴한 기저 발전인 원전과 석탄발전을 먼저 가동한 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유류 발전 등의 순으로 가동하는데, 전력수요가 몰리는 여름철에는 원전과 석탄 의존도가 높아진다.
작년 7월에는 장마와 코로나19 여파로 석탄발전 가동률이 최대 83% 정도였지만, 올해는 더 많은 석탄발전을 돌린 것이다.
8월 둘째 주부터는 휴가 성수기가 지나면서 전력 사용량도 다시 늘 것으로 예상돼 석탄발전 완전가동 체제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부는 8월 둘째 주 최대 전력 수요를 94.4GW로, 예비율은 최저 5.1%로 예측했다. 이에 전력수급 안정 우려가 커지자 영구 폐지한 석탄발전소(삼천포화력 1·2호기, 보령화력 1·2호기)를 재가동하는 방안까지 검토했으나 법적 근거가 명확지 않다는 이유로 실행하지는 않았다.
대신에 계획예방정비 등으로 정지 상태였던 신월성 1호기, 신고리 4호기, 월성 3호기 등 원전 3기를 애초 계획 보다 서둘러 가동했다.
지난 4월부터 정비에 들어갔던 한울 3호기도 8일 정비를 계획대로 마치면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사를 거쳐 이달 중 재가동에 들어갈 전망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전력 피크 시기에는 석탄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발전소가 돌아가야 한다"면서 "특히 석탄은 한번 가동하면 껐다 켰다 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낮 시간대 발전을 하려면 밤에도 돌려야 해 사실상 24시간 가동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최근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는 2050년까지 석탄발전소는 최소 7기를 유지하거나 완전 중단하고 원전 비중은 6.1∼7.2%로 낮추되, 재생에너지 비중은 56.6%∼70.8%로 늘리는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발전업계 관계자는 "폭염 속에 정비 중인 원전도 가동하고, 폐지됐던 석탄발전도 돌리겠다고 검토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마당에 전력수요가 지금보다 2.5배가량 늘어나는 2050년에 간헐성이 높은 재생에너지에 주로 의존하겠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섬'인 한국의 현실을 고려한다면 원전, 석탄, LNG 등 각 발전원의 장점을 공정하게 평가하고, 각자가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에너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달 석탄발전이 풀 가동돼도 대기질은 매일 '좋음'을 나타냈다"면서 "앞으로 탄소포집저장(CCUS) 기술이 발전하면 기저 전원들의 가동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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