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스마트] 팬데믹의 시대, 일상으로 증강된 새로운 현실 세계
(서울=연합뉴스) 홍지인 기자 = # 국민의례가 진행되자 모든 참석자가 왼쪽 가슴에 손을 얹고 행사장에 걸린 태극기를 바라본다.
사회자의 내빈 소개와 주최 측 대표의 환영사에 이어 양측이 체결할 양해각서(MOU) 내용이 발표됐다. MOU 체결을 마치자 양측 대표가 악수했고 참석자들은 손뼉을 쳤다.
공공기관에서 열리는 행사의 전형적인 풍경이다. 모든 행사가 가상 공간에서 이뤄졌고 양측 관계자들은 각각 서울과 부산의 사무실에서 증강현실(AR) 장비를 착용한 채 자신을 본뜬 '아바타'로 참석했다는 점만 뺀다면.
3D 엔진 제조업체 유니티코리아와 부산시교육청이 지난 5일 메타버스 협력 MOU를 체결한 현장의 모습이다. 이날 행사는 유니티 엔진 기반의 AR 협업플랫폼 '스페이셜' 앱에서 이뤄졌다.
# 올 초 중국산 절임 배추 제조 과정에서 윗도리를 벗은 남성이 구덩이에 들어가 일하는 장면이 담긴 이른바 '알몸 김치' 영상이 퍼지면서 수입 식품 위생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필요한 경우 현지 식품 업체를 실사하지만, 코로나 탓에 해외 출장이 어려워 비대면 서류점검으로 대체된 상황이다.
이때 AR 기술이 등장했다. 현지 업체에 나간 직원이 AR 기기 '구글 글라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 2'를 착용하고 제조 현장을 둘러보면 영상이 실시간으로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담당자에게 보이는 방식이다.
식품 전문 컨설팅 플랫폼 애플망고코리아 유한나 대표는 "'어디를 보여 달라'는 식으로 소통하며 실사를 진행하기에 효율적"이라며 "이미 해외 식품 업체 10곳에서 이런 실시간 영상 현장 실사를 진행했고 올해 50곳이 목표"라고 말했다.
종식되기는커녕 더욱 창궐하는 코로나의 기세에 현실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가상 공간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전까지 게임 같은 분야에 일부 쓰였던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술은 비대면 붐을 타고 이제 '메타버스'란 개념으로 한층 진화해 사회·경제·문화 활동의 주요 기반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메타버스 시장은 글로벌 기준 2030년 1조5천억 달러(1천715조원) 규모로 성장해 전 세계 GDP의 1.81%를 차지할 것이란 전망(컨설팅 기업 PwC)도 나왔다.
팬데믹이 불러온 여러 일상의 변화가 영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는 '비가역적'이라는 분석처럼 가상 공간으로의 전환 또한 되돌리기 어려운 시대의 추세로 전망된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이승환 책임연구원은 "다양한 메타버스 플랫폼, 지속되는 기술혁신, 투자의 증가로 인해 확산이 본격화될 것"이라며 "인간·시간·공간에 대해 기존 상식과 관성을 넘어선 새로운 전략 구상이 요구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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