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폭 76년…美 '핵우산' 쓴 일본 핵무기금지조약 불참
피폭자단체 조약 체결 요구…스가 "여러 나라 가교 역할 하겠다"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 히로시마(廣島)시에 원자폭탄이 투하됐는데, 6일 76주년을 맞았다.
인류 최초의 전쟁 피폭 국가인 일본은 원폭으로 벌어진 참상을 국제사회에 알리며 핵무기 사용의 위험성을 강조하고 있으나 정작 핵무기금지조약에서 참가하지 않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핵보유국은 타국이 핵을 보유하는 것을 막는 핵확산금지조약(NPT)을 지지하지만, 핵무기 사용을 막는 핵무기금지조약을 거부하고 있다.
동맹국인 미국의 핵에 의지해 자국에 대한 핵 공격을 억제하는 이른바 '핵우산' 효과를 누리는 일본 정부도 미국과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다.
피폭지에서는 원폭 투하일을 계기로 일본의 핵무기금지조약 참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다시 제기됐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마쓰이 가즈미(送井一實) 일본 히로시마 시장은 6일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에서 열린 원폭 전몰자 위령식·평화기념(祈念·기원함)식에서 "피폭자의 생각을 성실하게 받아들여 한시라도 빨리" 핵무기금지조약을 체결하기를 바란다고 일본 정부의 행동을 촉구했다.
같은 행사에 참석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76년 전 한발의 원자폭탄 투하에 의해 십수만 명이라는 귀중한 목숨을 빼앗기고 히로시마가 한순간에 초토가 됐다"면서 일본이 원폭으로 입은 타격을 거론했다.
그는 "핵 군축을 추진하는 방법에 관해서는 여러 입장의 국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하면서 현실적인 대응을 끈기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히로시마에 거점을 둔 7개 피폭자 단체 대표 등은 이날 히로시마의 호텔에서 스가 총리를 만나 핵무기금지 조약 비준을 요구하며 "간절한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스가는 "입장이 다른 나라들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는 발언을 되풀이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이날 지면에 실은 사설에서 "76년 전 오늘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된 참화를 생각할 때 선택해야 할 길은 분명하다. 두 번 다시 인류의 잘못을 반복하게 하지 않겠다. 그런 맹세와 행동의 선두에 일본이 서지 않으면 안 된다"고 논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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