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노동운동의 대부 리처드 트럼카 위원장 별세

입력 2021-08-06 07:39
수정 2021-08-06 07:47
미 노동운동의 대부 리처드 트럼카 위원장 별세

광산노조 최연소 위원장…2009년부터 미 최대노조 위원장



(워싱턴=연합뉴스) 류지복 특파원 = 반세기 가까이 미국 노동운동에 앞장선 노조의 대부 리처드 트럼카(72)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 위원장이 별세했다.

AFL-CIO는 1천250만 명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미국 내 최대 노조 단체다. 2009년부터 위원장을 맡은 트럼카는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노조 지도자 중 한 명이자 민주당의 핵심 지지자로 통했다.

5일(현지시간) CNN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카는 펜실베이니아주 남서부의 광산촌인 네마콜린에서 태어나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10대 때부터 광부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1974년 대학과 로스쿨을 졸업한 뒤 미국광산연합노조(UMWA)의 변호사가 됐다. 이후 33세이던 1982년 UMWA 역사상 최연소 위원장에 선출됐고, 13년간 이곳에 몸담으며 일련의 파업을 주도해 명성을 날렸다.

트럼카는 1995년 AFL-CIO의 이인자인 사무총장을 맡았고, 2009년 위원장에 올라 지금까지 이 자리를 지켰다.

트럼카와 가까운 사이인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애도를 표하며 트럼카가 심장마비를 겪은 후 가족과 캠핑 여행을 떠났다가 별세했다고 전했다.

AP통신은 과거 노동운동 전성기에 노조 지도자들이 취한 태도와 비슷하게 트럼카가 강경하고 전투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트럼카가 활동하던 시기는 이미 조합원이 줄고 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이 떨어지던 때여서 민주당에 등 돌린 백인 노동계층 노조의 주장을 펼치는 데 종종 초점을 맞추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카는 민주당의 강력한 지지자였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그는 민주당 소속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첫 대선에 도전했을 때 조합원 사이에 흑인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표출되자 "오바마를 찍지 않을 유일한 정말 나쁜 이유가 있다면 그가 백인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오바마를 엄호했다.

백인 블루칼라의 상당한 지지를 얻어 당선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서는 노동계층을 기만한 사기꾼이라고 맹비난했다.

다만 빌 클린턴 행정부 때 통과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부정적이던 트럼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NAFTA를 재협상한 뒤 대체물로 내놓은 미국·캐나다·멕시코협정(USMCA)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했다.

트럼카는 바이든 대통령이 '절친'이라고 부르고 별세 소식을 들은 후 가족과 바로 통화할 정도로 친밀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은 지난달 트럼카의 아들을 소비자보호안전위원회 위원직에 지명하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 관리들이 트럼카 위원장에게 전염병 대유행 와중에 경제정상화를 어떻게 할지 방향을 자문해 왔다며 수백만 명의 노동자에게 중요한 순간에 별세했다고 말했다.

트럼카는 바이든 대통령이 추진하는 수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예산을 적극 지지했고, 투표권 확대 운동에서도 민주당을 지원했다.

jbr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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