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미국서 2천300년전 알렉산더 대왕 흉상 반환 승소
법원, 갤러리측 소송 기각…"이탈리아 요청, 절도 신고와 비슷"
갤러리, 2017년 1억7천만원에 구입했다가 검찰에 압수돼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미국 갤러리에 소장된 2천300년 전 알렉산더 대왕 흉상을 둘러싼 소송에서 미국 법원이 약탈 문화재라며 반환을 요구해온 이탈리아의 손을 들어줬다.
4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은 알렉산더 대왕 흉상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사파니 갤러리가 제기한 소송을 지난 2일 기각했다.
이 흉상은 사파니 갤러리가 2017년 런던의 한 딜러에게서 15만2천625달러(약 1억7천만원)에 구매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당국은 2018년 이 흉상이 약탈당한 문화재라고 주장하며 미국 당국에 협조를 구하자 뉴욕 맨해튼지방검찰청이 갤러리로부터 흉상을 압수했다.
이에 갤러리 측은 이같은 압수 조치와 흉상 반환 시도가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2019년 11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각하 판결의 핵심은 미국의 외국주권면제법(FSIA) 하에서 이탈리아의 주권면제가 인정되는지 여부였다.
주권면제란 한 국가의 법원이 다른 국가를 소송 당사자로 재판할 수 없다는 원칙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된다.
미국은 1976년 FSIA를 제정해 국내 재판에서 외국 정부가 주권면제의 대상이 되는 범위 등을 정해뒀다.
이같이 외국 정부를 피고로 하는 소송의 재판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FSIA에 따라 이탈리아 정부가 주권면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이 먼저 밝혀져야 한다.
이에 갤러리 측은 이탈리아 당국이 미국 수사기관과 직접 접촉해 흉상 압수를 유도했기에 주권면제를 배제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같은 이탈리아 당국의 조치가 주권면제를 박탈해야 하는 특별한 사유가 된다고 보지 않았다.
버논 브로데릭 판사는 "맨해튼 지방 검찰청과 이탈리아 정부의 관계는 절도를 당한 사실이나 범죄를 (수사기관에) 신고하는 사람의 상황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압수 조치는 사법 기관의 수사 일부로, 공익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측 대리인 릴리아 아미네돌레는 "유물 시장을 돌아다니는 문화재를 반환하려는 국가들의 시도를 약화하려는 경매사나 딜러에게 이번 판결이 강력한 메시지를 줬다"며 판결을 반겼다.
반면 갤러리 측 대리인 데이비드 쇼언은 "이 흉상이 수십년 동안 이탈리아 당국이 참여한 경매 등지에 돌아다녔는데 이탈리아 당국은 이전에 이 유물이 약탈당한 것이라 주장한 적이 없었다"면서 "사파니 갤러리가 흉상의 진짜 구매자"라고 주장했다.
기원전 300년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흉상은 1974년 소더비 경매에서 처음 등장한 이후 수십년간 개인 수집자의 손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쇼언 대리인은 "수정 소장을 제출하고 필요시 항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pual0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