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노출 우려' 미 법무부, 사우디 왕세자 정적 재판에 개입

입력 2021-08-05 15:52
'정보노출 우려' 미 법무부, 사우디 왕세자 정적 재판에 개입

사우디 기업들, 무함마드 왕세자 표적인 알자브리에 횡령혐의 제기

미 법무부, 재판부에 서면 제출…"재판 시 국가안보 정보 노출 위험"



(서울=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 미국 법무부가 기밀정보 보호를 위해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정적이자 사우디 전 정보 고위 관계자의 재판에 이례적으로 개입했다.

5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미 법무부는 지난 3일 법원에 제출한 서류에서 "소송이 진행될 경우 공개될 정보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해가 된다고 합리적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재판 대상자는 사우디의 대(對)테러 당국 수장이었던 사드 알자브리다.

그는 대테러 당국 수장으로 일할 때 무함마드 왕세자의 정적인 빈 나예프 전 왕세자 편에 나섰다가 무함마드 왕세자의 표적이 됐다.

알자브리는 2017년 캐나다로 도피했다.

사우디 국부펀드가 소유한 사우디 기업 집단은 미국에서 알자브리를 상대로 횡령 혐의를 제기했다.

알자브리는 혐의를 부인하면서 무함마드 왕세자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캐나다로 암살단을 보내고, 사우디에서 그의 자녀 2명을 인질로 잡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 법무부는 알자브리가 자신의 혐의를 벗기 위해 민감한 국가 안보 정보를 제시하거나 설명할 의사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전직 국무부 관계자는 법무부가 이런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관련한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드러날 수 있는 기밀정보에는 정보 관계, 작전, 기밀 출처 등이 포함돼 있다.

알자브리는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왔다.

미국 정보기관 및 대테러 기관은 그가 미국인 수백 명 또는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사우디가 미국에서 알자브리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미국과의 관계보다 정적 제거를 우선시하는 것이라고 전 정부 관계자가 설명했다.

주미국 사우디대사관은 이와 관련한 CNN의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지난주 초당파 상원의원 그룹이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미국과 알자브리의 20년간 파트너십을 강조하면서 사우디에서 수감돼 있는 21세와 22세 자녀를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또 알자브리에 대한 무함마드 왕세자 측의 행동이 미국 국가 안보를 해치고 기밀정보가 노출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kb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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