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중 망명신청 벨라루스 육상선수, 오스트리아로 출국(종합)

입력 2021-08-04 16:02
올림픽중 망명신청 벨라루스 육상선수, 오스트리아로 출국(종합)

인도주의 비자 발급해준 폴란드로 가려다 보안 문제로 계획 변경

치마노우스카야 "조국 배신한 적 없어"…IOC 정식 조사 착수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최수호 기자 = 도쿄올림픽에 참가했다가 강제귀국 위기에 처했던 벨라루스의 여성 육상선수가 당초 계획과 달리 오스트리아로 떠났다.

4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통신, BBC방송,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벨라루스 단거리 육상 국가대표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24)는 이날 오전 도쿄 나리타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출국했다.

이 항공기는 오후 4시 5분(현지시간)께 빈에 도착할 예정이다.

당초 그녀는 자신에게 인도주의 비자를 발급해준 폴란드로 향할 계획이었으나 막판에 목적지가 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치마노우스카야 측 관계자는 "외교관들이 보안 문제로 항공편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이날 청바지와 파란색 블라우스 차림에 선글라스를 쓴 그녀는 경찰 에스코트를 받으며 공항에 도착했으며, 현장에 대기 중이던 수십 명의 기자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BBC 인터뷰에서 자신의 행동이 정치적 저항을 뜻하지 않는다며 "나는 내 조국을 사랑하며 배신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앞서 치마노우스카야는 도쿄올림픽 참가 도중 자국의 강제소환 시도에 반발해 외국 망명을 요청했다.



육상 100m와 200m에 출전한 그녀는 갑자기 예정에 없던 1천600m 계주 출전팀에 사전논의도 없이 포함된 것을 알고 자국 육상팀을 비판했다가 강제 귀국 위기에 몰렸다.

지난 2일 선수촌에서 끌려 나와 강제로 귀국 항공편에 태워질 뻔했던 치마노우스카야는 도쿄올림픽위원회와 일본 경찰의 도움을 받아 하네다공항에서 위기에서 벗어난 뒤 도쿄의 폴란드대사관에 머물렀다. 폴란드는 그녀에게 인도주의 비자를 발급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벨라루스가 올림픽에 출전 중인 치마노우스카야를 강제로 귀국시키려 한 일에 대해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또 벨라루스올림픽위원회에 이번 사건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했다.

IOC 마크 애덤스 대변인은 "우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 사건에 대한 완전한 사실을 규명할 것이다"고 말했다.

치마노우스카야는 작년 8월 벨라루스 대선 이후 야권의 대규모 부정선거 항의 시위로 정국 혼란이 계속됐을 때 재선거와 정치범 석방을 촉구하는 공개 성명에 참여한 2천여 명의 체육인 중 한 명이다.

작년 벨라루스 대선에서는 30년 가까이 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재선된 뒤 부정선거와 개표 조작 의혹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이어졌고, 이 과정에서 3만5천여 명이 체포됐다.

한편 이번 사건이 불거진 후 치마노우스카야 남편도 벨라루스를 떠나 우크라이나로 이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BBC 방송의 우크라이나어 인터넷판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부부는 정치에 관여한 적이 없으며 형사고발 조치가 없다면 벨라루스로 돌아갈 것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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