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추정 무장세력에 유조선 나포…걸프해 긴장 고조
파나마 국적 '아스팔트 프린세스' 납치…이스라엘 유조선 공격 닷새만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 이란군으로 추정되는 무장 세력에게 파나마 국적 유조선이 나포되면서 걸프해에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해군 해사무역기구(UKMTO)는 3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후자이라항에서 동쪽으로 약 60 해리 떨어진 해상에서 '선박 납치(hijacking)'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며 주변 선박들에 극도의 주의를 경고했다.
가디언과 BBC, 로이터 통신 등은 UKMTO 관계자를 인용, 걸프해와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어지는 오만해 연안에서 파나마 깃발을 단 아스팔트 탱커 '아스팔트 프린세스'가 8~9명의 무장 세력에게 나포(seizure)됐다면서 배후로 이란을 지목했다.
영국 외무부는 관련해 "UAE 해역에서 발생한 선박 사건을 긴급하게 조사 중"이라고 밝혔고, 미 국무부 대변인은 "판단을 내리기엔 아직 이르다"고 했다.
미군은 사태를 주시하기 위해 최소 한 척의 군함을 재배치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로이터는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연루 가능성을 전면 부인했다.
수비대는 홈페이지에 게시한 성명에서 "이란군과 중동의 이슬람 저항운동 모든 세력들은 이번 사태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이 사건은 이스라엘과 서방 국가들이 이란에 적대적인 국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오만해 유조선 피습 사건 발생 5일만에 벌어진 선박 나포로 걸프해에서 군사적 긴장은 한층 고조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만 인근 해상에서 이스라엘 해운사가 운용하는 유조선 머서 스트리트호가 드론에 의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격을 받았다.
당시 공격으로 영국인 선장 1명과 루마니아 보안요원 1명 등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사건 발생 이후 이스라엘과 미국, 영국은 일제히 피격 사건의 배후로 이란을 지목하며 강력한 대응을 경고했다.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이란이 유조선을 목표로 삼아 하나 이상의 무인 항공기를 사용했다"며 "고의적이고 목표가 설정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미국은 이란이 이번 공격을 시행했다는 것을 확신한다"며 "적절한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페르이시아만으로도 불리는 걸프 해역은 주요 원유 수송로라는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세계의 화약고' 중동에서도 긴장이 높은 지역 가운데 하나다.
특히 걸프 해역의 입구로 이란과 가까운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3분의1을 차지한다. 원유 수입의 7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는 한국 유조선들도 걸프 해역을 다수 통과한다.
올해 초에는 한국 국적 유조선 '한국케미'가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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