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벨라루스 육상선수 '강제귀국' 직면했다 경찰에 도움 요청(종합)

입력 2021-08-02 18:09
수정 2021-08-04 14:33
[올림픽] 벨라루스 육상선수 '강제귀국' 직면했다 경찰에 도움 요청(종합)

육상코치팀 비판했다 귀국 지시받아…"IOC 등 지원으로 유럽 망명 추진"

(서울·모스크바=연합뉴스) 이광빈 기자 유철종 특파원 = 도쿄올림픽에 참가한 벨라루스 선수단이 자국 여자 육상 선수를 강제 귀국시키려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일(현지시간) AP·타스·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반정부 성향의 벨라루스스포츠연대재단(BSSF)은 전날 벨라루스국가올림픽위원회(NOC RB)가 도쿄올림픽에 참가 중인 자국 육상선수 크리스치나 치마노우스카야(24)를 강제 귀국시키려 했다고 폭로했다.

BSSF는 치마노우스카야가 자국 육상 코치팀을 비판한 뒤 이 같은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치마노우스카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배포한 동영상 호소문을 통해 "(NOC RB가) 내 동의 없이 일본에서 출국시키려 하고 있다"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는 이후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일 아침 육상 코치팀이 내 방으로 와서 귀국하라고 지시했다"면서 이후 자신을 도쿄 하네다 공항으로 태워 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귀국하지 않을 것이며 하네다 공항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NOC RB는 치마노우스카야를 1일 오전 10시50분 도쿄-이스탄불(터키) 노선 비행기로 출국시키려 했으나, 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의 개입으로 비행기에 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타스 통신은 치마노우스카야가 하네다 공항 경찰서에 들른 뒤 공항 인근 호텔에서 밤을 보냈다고 IOC 대변인을 인용해 전했다.

치마노우스카야는 귀국하면 국가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체포될 것이라며 오스트리아·독일 등 유럽국가로 망명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논란은 벨라루스 육상 코치팀이 사전 상의 없이 치마노우스카야에게 1,600m 계주에 출전하라고 지시하면서 불거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지난달 30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육상코치팀이 사전 상의도 없이 자신의 주종목이 아닌 1,600m 계주에 출전하도록 결정했다고 코치팀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출전을 거부했다.

100m와 200m가 주종목인 그는 지난달 30일 100m 1차 예선에 출전해 4위로 탈락했다. 2일에는 200m 예선에 출전하기로 돼 있었다.

이후 NOC RB는 치마노우스카야 선수의 심리 상태를 이유로 귀국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IOC는 성명에서 "상황을 조사하고 있고, NOC RB에 해명을 요청했다"고 발표했다.

치마노우스카야를 지원 중인 BSSF는 그가 생명의 위협을 받는 것으로 믿고 있고, 도쿄 주재 오스트리아 대사관으로 망명 신청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옛 소련 국가인 벨라루스에서는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불리는 알렉산드로 루카셴코 대통령이 체제를 비판해온 세력을 탄압해왔다.

지난해 8월 대선에서 30년 가까이 집권 중인 루카셴코 대통령이 재선된 뒤 부정 선거와 개표 조작 의혹으로 야권의 대규모 시위가 몇 개월 동안 계속됐고, 3만5천 명 이상이 체포됐다.

IOC는 루카셴코 대통령의 아들 빅토르가 NOC RB 회장으로 선출되자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루카셴코 대통령과 빅토르의 도쿄올림픽 경기 참관도 금지했다.

벨라루스 이웃 나라인 폴란드의 외무차관은 트위터에서 치마노우스카야가 폴란드에서 자유롭게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lkbi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