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핵합의 복원 못하고 8년 임기 마치는 로하니 이란 대통령

입력 2021-08-02 00:41
끝내 핵합의 복원 못하고 8년 임기 마치는 로하니 이란 대통령

마지막 내각 회의서 "최선을 다했다" 소회 밝혀

2015년 서방과 핵합의 성과…트럼프 美 행정부의 탈퇴로 빛바래



(테헤란=연합뉴스) 이승민 특파원 =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8년의 임기를 마친다.

로하니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국영 방송을 통해 중계된 마지막 내각 회의에서 "임기 동안 관료들과 최선을 다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이례적으로 "우리 행정부가 잘못이 있었다면 국민에게 사과하고 자비와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개혁 성향의 로하니 대통령은 2013년 강경보수파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에 이어 이란의 7대 대통령으로 취임했다.

아마디네자드의 반서방 보수정권 8년간 서방과 대립으로 이란의 경제난은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었다.

서방 국가에 대한 저항보다는 이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이란 국민의 열망이 모였고, 당시 로하니 대통령은 중산층과 젊은 층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그는 당선 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했고, 1979년 미국과 국교가 단절된 이후 이란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버락 오바마)에게 전화를 걸어 화해의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곧바로 로하니 행정부는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핵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신, 이란에 대한 경제·금융 제재를 푸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핵협상을 시작했다.

오랜 협상 끝에 2015년 7월 14일 이란과 주요 6개국은 역사적인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타결했다.

이후 6개월 만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이 핵 프로그램 감축 약속을 이행했음을 확인한 뒤 이듬해 1월 대이란 제재가 해제됐다.

당시 로하니 대통령은 "제재 해제로 이란과 세계와의 관계에서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기쁨을 표하기도 했다.

핵협상이 성사되자 로하니 대통령은 서방은 물론 어느 나라와도 건설적으로 교류하겠다면서 개방 정책을 천명했다.

이런 기세를 몰아 그는 2017년 5월 재선에 성공했다. 득표율은 57.1%로 초선 때보다 약 7% 포인트 높았다.

국제 무역이 활성화되고 이란 경제도 활기를 되찾는 듯했으나 그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뒤 미국의 대이란 정책은 급변했다.

전임 버락 오바마 정부의 핵합의를 맹비난했던 트럼프는 엄포에 그치지 않고 핵합의 수정을 요구했다.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트럼프는 2018년 일방적으로 핵합의에서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부활시켰다.

핵합의가 깨지자 이란 내 로하니 대통령이 대표하는 개혁파의 정치적 입지도 좁아졌다.

로하니 대통령은 올해 초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핵합의 복원을 위해 노력했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임기 중 마지막 각료 회의에서 로하니 대통령은 "우리가 국민에게 한 말은 사실에 반하지 않았으나, 일부 진실은 공개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들이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국민 통합을 저해할까 우려했기 때문"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이란의 대표적인 강경 보수 인물로 꼽히는 대통령 당선인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는 오는 5일 4년의 임기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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