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갈림길로 치닿는 HMM…국내 기업 수출 대란으로 이어지나
노사, 임금인상률에서 현격한 차이…노조, 쟁의조정 신청 방침
국내 유일 대형 컨테이너 선사 파업 시 국내기업 수출길 막막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최대 실적 행진을 하고 있는 국적 선사 HMM[011200]이 임금단체협상 난항으로 파업 갈림길에 섰다.
노사가 임금인상률과 격려금을 두고 팽팽히 맞선 가운데 배재훈 HMM 사장이 임금단체협상 교섭에 일일이 참석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노조는 "참을 만큼 참았다"며 복지부동인 상황이다.
여기에 해상 운임 급등세까지 더해지면서 HMM이 파업에 나설 경우 국내 수출 물류대란은 불가피하다는 우울한 전망까지 나온다.
◇ 25% vs 5.5%…HMM 성과는 누구의 몫?
1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HMM 노사는 올해 임단협에서 각각 25%, 5.5%의 연봉 인상률을 제시하며 현격한 입장차를 나타내고 있다.
이에 HMM 사무직원들로 구성된 육상노조는 지난달 29일 오후 대의원 회의를 열고 찬반투표를 통해 중앙노동위원회 쟁의조정 신청을 하기로 했다. 노조는 중노위 조정에 실패할 경우 다시 찬반투표를 열어 파업 여부를 결정한다.
별도로 임단협을 진행하는 해원 노조(선원 노조)도 다음 달 3일 예정된 3차 교섭 등에서 타결이 안 될 경우 중노위 조정 신청에 나설 방침이다. 중노위 조정이 소득 없이 끝날 경우 육상노조와 함께 파업에 나설 계획이다.
HMM 노조가 두 자릿수 인상률을 내세우며 파업 불사를 내세우는 데는 이유가 있다.
2010년 이후 해운업계가 극심한 불황에 빠지자 주요 해운사들은 규모를 키우며 '운임 치킨게임'에 돌입했지만 국내 업체들은 이러한 흐름에 따라가지 못하고 고스란히 타격을 받았다.
이 여파로 국내 1위이자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2016년 말 파산했고, 국내 2위 업체였던 HMM의 전신 현대상선은 채권단 관리 아래 구조조정에 나섰다. 직원들도 임금 동결 등을 받아들이며 회사 살리기에 동참했다.
HMM은 직원들의 노력과 코로나19 등에 따른 해운 환경 변화, 해운 재건 5개년 계획 등에 힘입어 지난해 1조 원에 가까운 영업수익을 올리며 부활에 성공했다. 곧 발표될 2분기 영업이익도 1조4천억 원에 육박하는 등 올해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는 이러한 성과를 희생에 동참한 직원들과 공유해야 한다며 낮은 임금은 인력 이탈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최근 1년 반 동안 총 141명이 퇴사했고, 세계 2위 선사 MSC가 HMM 직원들을 겨냥해 연봉 2.5배를 내세우며 한국인 선원 채용 공고를 낸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한 HMM 직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회사 살리려고 임금 동결을 견디다 퇴직금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나간 사람들도 많다"면서 "해운 재건 5개년 계획 성공에는 HMM 직원들의 희생이 컸는데 정부나 회사는 자기 공이라고만 한다"고 불만을 표했다.
하지만 사측은 채권은행이자 최대 주주인 산업은행 눈치를 보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채권단은 HMM이 투입된 공적자금이 출자전환과 영구채 직접 지원 등을 합쳐 3조8천억 원에 달한다는 점에서 축포를 터트리기엔 이르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말 HMM 임단협이 난항을 겪자 "대규모 공적자금이 지원된 점, 국가 경제 활성화를 위한 원활한 해운물류 지원이 필요한 상황 등을 고려해 임단협 갈등이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고 밝혔다.
◇ 해상운임까지 '고공행진'…파업시 물류대란 불가피
HMM 파업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해상 운송 항로의 운임 수준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SCFI는 지난달 30일 전주 대비 96.24포인트 오르며 사상 최고치인 4천196.24를 기록했다.
특히 미주 동안 운임은 1FEU(40피트 컨테이너 1개)당 1만67달러를 나타내며 처음으로 1만 달러를 넘었다.
이에 국내 수출기업들은 HMM 임단협 상황을 지켜보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국내 유일의 대형 컨테이너 선사인 HMM 파업 시 국내 기업들의 수출길이 완전히 막혀 물류대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앞서 한진해운의 파산으로 2016년 초 105만TEU에 달했던 한국 선복량은 2016년 말 46만TEU로 떨어져 국내 기업들은 극심한 물류난을 겪은 바 있다. 현재 HMM이 초대형선 20척을 투입했는데도 한진해운 파산 전 선복량은 회복되지 못한 상태다.
수출기업 관계자는 "정부와 HMM 노사가 이를 전체 수출기업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대승적 결단을 내려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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