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중국, 톈진회담서 미국과 관계 개선 바람 시사"

입력 2021-08-01 11:38
홍콩매체 "중국, 톈진회담서 미국과 관계 개선 바람 시사"

"신임 주미대사에 기대"…"미, 대만 지지 유지하나 레드라인 안 넘을 듯"



(홍콩=연합뉴스) 윤고은 특파원 = 중국 톈진(天津) 미중 고위급 회담이 성과 없이 끝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미국과의 관계 개선에 대한 중국의 바람이 놓여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1일 홍콩 명보는 논평을 통해 톈진 회담은 단순한 싸움 이상이며, 그 직후 미국에 부임한 신임 중국 대사를 통해 중미 관계의 새로운 국면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명보는 "미중 고위급 간 격렬한 논쟁이 알래스카 회담에 이어 톈진 회담에서도 계속됐고 양국 관계 개선에는 진전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중국 측 발표를 보면 중국이 미국과의 관계 개선을 바란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다"고 평했다.

이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양측이 각자의 관심 목록을 전달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는 점"이라고 부연했다.

미국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은 지난달 26일 톈진에서 중국 외교부의 왕이(王毅) 부장, 셰펑(謝鋒) 부부장과 잇따라 면담했다.

회담 후 양국의 발표에 따르면 양측은 각자의 단호한 입장을 전달하며 지난 3월 알래스카 회담에 이어 팽팽히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명보는 톈진 회담 다음날 신임 미국 주재 중국 대사 친강(秦剛·55)이 미국으로 떠났고, 그가 미국에 도착해 한 첫 기자회견에서 "중미 관계의 대문이 이미 열렸고 앞으로도 닫힐 수 없다고 믿는다"고 말한 사실에 주목했다.

친 대사는 "(중미 관계는) 많은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또한 거대한 기회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며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발전하는 중미 관계는 양국 인민과 국제 사회의 공통된 기대"라고 말했다.

명보는 또 표면적으로 보면 친 대사의 발언이 톈진 회담에서 중국 측의 어조와 사뭇 다른 것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의 발표에서는 중국 측의 강경 발언만 조명했지만, 사실 왕 부장은 톈진 회담에서 "중국의 발전은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미국이 이기고 지는 것에 내기를 걸어본 적이 없고 중국의 발전은 미국의 쇠퇴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우리는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 생각이 없다" 등의 발언을 했고 이는 모두 미국 정계를 향해 보내는 신호라는 설명이다.

신문은 "알래스카 회담 때는 미국의 대중 정책이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이제 미국의 정책은 분명해졌다"며 "미국은 모든 분야에 걸쳐 중국을 물리치면서도 양국 간 대결이 통제불능한 상태에서 전쟁으로 치닫지 않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전했다.

이어 "톈진 회담에서 중국 측의 발언은 그러한 미국의 입장에 대해 오류를 지적하고 미국의 우려를 근절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보는 친 대사의 부임과 관련해 그의 '늑대 전사' 이미지가 강조되고 있지만, 영어와 소통에 능한 친 대사의 부임으로 양국 관계에 새로운 국면이 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고 했다.

한편, 이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이 대만에 대한 굳건한 지지를 유지하겠지만 선은 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SCMP는 "셔먼 부장관은 톈진 회담에서 대만 같은 민감한 문제에 대해 타협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며 "미국과 대만 간 긴밀한 관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다만, 미국의 대만 지원이 레드라인(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지는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루예청 대만 국립정치대 교수는 "보도된 바에 따르면 톈진 회담은 조 바이든 행정부 아래에서 대만과 미국의 관계가 탄탄하게 유지될 것임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루 교수는 다만 미국의 외교정책에서 대만은 '작은 부분'이고, 바이든 대통령은 전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제한적 접근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대만을 공격할 경우 미국이 방어에 나설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리다정(李大中) 대만 담강대 교수도 "미국의 대만 지원이 바위처럼 단단해 보이지만 그렇다고 (한계가 없는) 백지수표는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셔먼 부장관의 방중 전 커트 캠벨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이 대만의 독립은 지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힌 점을 언급했다.

리 교수는 미국이 중국과 갈등을 원하지 않으며 셔먼 부장관의 방중은 추가 고위급 회담의 개최의 길을 닦았다고 평가했다.

prett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