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안맞은 사람 탓 통제 강화돼"…미국 접종자 '부글부글'
백신 접종자들, 실내 마스크 착용 등 일상 다시 멀어지자 분노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미국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하면서 백신 접종자들이 미접종자들에게 불만들 드러내고 있다고 CNN방송 등이 31일(현지시간) 전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27일 실내 공공장소에선 백신을 접종받았어도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지침을 강화하면서 불만이 폭발하는 모습이다.
CDC는 지난 5월 백신 접종자는 실내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된다고 지침을 완화했다가 델타(인도발) 변이에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자 이번에 되돌렸다.
백신 접종률이 제일 낮은 주인 앨라배마 케이 아이비 주지사는 주(州) 확진자가 급증하자 지난 22일 "백신을 안 맞은 이들을 비판할 때"라면서 "미접종자들이 우릴 실망하게 했다"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버지니아주 알렉산드리아에서 역학조사관으로 일하는 존 매컬러프는 CNN에 "백신 접종자는 실내외서 마스크를 안 써도 된다고 했을 때 정말 기뻤다"라면서 "이기적인 결정을 한 사람들이 만든 상황에 내가 고통을 겪게 됐다"라고 말했다.
실내서 마스크를 다시 쓰게 된 책임을 백신 미접종자에게 돌린 것이다.
백신을 맞을 수 있게 되자마자 접종받았다는 매컬러프는 "나는 내 할 일을 다 했다"라고 강조했다.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에 사는 스티븐 무어는 워싱턴포스트(WP)에 백신접종 의무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배우자 및 친구들과 플로리다주로 휴가를 다녀왔을 정도로 백신을 맞은 뒤 비교적 '평범한' 봄여름을 보냈다는 무어는 이런 일상이 입원환자와 사망자가 다시 늘어나는 탓에 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무어는 확산세가 계속되면 올가을 7세와 9세 자녀를 데리고 디즈니월드에 놀러 가겠다는 계획을 취소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이런 일들이 다시금 전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 나를 정말 미치게 만든다"라고 말했다.
그는 너무 어려서 백신을 못 맞는 자녀들 걱정에 백신 미접종자에게 더 화가 난다면서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거나 '터프함'을 과시하려고 백신을 안 맞는 이들에게 특히 분노를 표했다.
무어는 백신을 안 맞는 것은 이기적인 행동이라면서 "나머지 사람이 정상적인 삶을 사는 것을 방해한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지만, 백신접종 속도는 더뎌진 상태다.
30일 기준 '최근 일주일간 일평균 접종 건수'는 42만623회로 일평균 340만여회를 접종하던 4월 초에 견줘 8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접종 기피자는 오히려 늘어나는 상황이다.
WP와 ABC방송이 지난달 27~30일 성인 907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에서 미접종자 중 차후에도 백신을 안 맞을 것이라는 사람은 29%로 4월 21일 조사 때보다 5%포인트 증가했다.
독립기념일인 이달 4일까지 성인 70%에게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공약을 달성하는 데 실패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보좌진에게 접종 기피자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달 29일 CNN은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이 고위보좌진과 비공개회의에서 접종 기피자를 설득하는 데 있어 '거대한 벽'에 부딪친 상황이라고 말하면서 "도대체 뭐가 문제냐"라고 여러 번 되물었다고 전했다.
CDC에 따르면 현재까지 18세 이상 성인 60.4%(1억5천611만여명)이 백신접종을 완료했고 이들에 1회차라도 접종한 사람을 더하면 성인 69.7%(1억8천11만여명)가 백신을 맞은 것으로 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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