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백악관, '총리해임' 튀니지 대통령에 새총리 임명 압박

입력 2021-08-01 09:15
미 백악관, '총리해임' 튀니지 대통령에 새총리 임명 압박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 사이에드 대통령과 통화

새 정부 구성과 의회 기능 회복 보장 강조



(서울=연합뉴스) 이재영 기자 =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가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 기능을 정지시킨 튀니지 카이시 사이에드 대통령을 재차 압박했다.

에밀리 혼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이 31일(현지시간) 사이에드 대통령과 1시간가량 통화했다고 밝혔다.

이번 통화는 튀니지를 민주주의의 길로 신속히 복귀시키는 모습을 튀니지 지도자들이 보일 필요성이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고 혼 대변인은 설명했다.

혼 대변인에 따르면 이날 설리번 보좌관은 사이에드 대통령에게 튀니지 경제를 안정시키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에 대응할 능력을 갖춘 총리가 이끄는 새 정부를 빠르게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선거로 선출된 의회를 적절한 시기에 복귀시키겠고 보장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설리번 보좌관은 "삶의 질 개선과 정직한 정부에 대한 튀니지 국민의 요구에 지도자들이 응답하면 미국을 비롯한 튀니지 국민을 지지하는 국가들은 튀니지가 안정과 번영, 민주주의의 미래로 나아가는 데 지원을 배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튀니지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바이든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도 전했다.

앞서 26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도 사이에드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민주주의의 원칙과 인권을 준수하라고 촉구했다.



블링컨 장관은 사이에드 대통령에게 모든 정계인사 및 국민과 계속 공개적으로 대화해야 한다면서 미국이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지난 25일 히셈 메시시 총리를 해임하고 의회 기능을 30일간 정지시켰다.

그는 헌법상 권한을 발동한 것이라며 새 총리와 통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당에서는 '쿠데타'라는 비판이 나왔다.

2011년 중동을 휩쓴 '아랍의 봄' 이후 사실상 유일하게 민주화에 성공한 국가로 꼽히는 튀니지는 사이에드 대통령의 전격적 조처에 정국이 혼란해졌다.

튀니지는 아프리카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 다음으로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한 국가다. 경제난과 정치갈등, 부패 등의 문제를 겪는 상황에서 코로나19까지 확산하면서 곳곳에서 반(反)정부시위가 계속돼왔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30일 "나는 헌법 조문을 매우 잘 알며 이를 존중한다"라면서 "독재자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새 총리나 사태를 끝낼 로드맵을 발표하진 않고 있다.

jylee2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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